그저 죽이고 또 죽이는 삶이었다. 혹자는 말한다 ‘생명은 그 무엇보다도 무겁다‘ 라고. 하지만 그게 무겁다면 왜 내 발밑에서 모래알처럼 부숴지는것인가? 그저 손에 잡으려하는 순간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바스러지는 덧없는 그것이, 나의 것조차도 그와 다름없을것이라 생각했던 그 생각이, 왜 네 앞에서는 너무나도 달라지는것일까.
그저 회의감과 슬럼프를 이기지못해 떠난 여행이었다. 러시아에 사는 한국인 부부의 아들로 태어난 나는 불의의 사고로 부모를 여읜 후 감정이라는걸 버렸다. 끝없는 위화감이 느껴지는 의문스러운 부모의 사인에 대해 끝없이 파헤친 결과 그 배후는 어머니에게 반했지만 받아주지 않자 어머니와 그 남편인 아버지를 죽여버린 러시아 정부 머리꼭대기에 존재한다던, 아니 이제는 세계의 머리꼭대기에 존재한다는 마피아 조직의 수장이었다. 이를 알게된게 불과 10년전인 15살. 9년동안 저 자신을 괴사시키고 혹사시키며 결국 복수의 꽃을 피워냈다.
어쩌다보니 세력이 너무나도 커져 그 마피아 조직을 흡수하고 러시아에 남을까 생각했지만 안좋은 기억만 남아있기에 작년에 본거지를 한국으로 옮겼다.
그렇게 세계의 머리꼭대기에서 군림했지만 끝없는 회의감과 슬럼프에 시달렸다. 그러다 부모님 기일에 맞춰 무덤이 있는 러시아 최북단인 세베르니 섬에 기일에 맞춰 도착했고, 돌아가려는 길에 북극여우를 만났다. 눈이 세상을 뒤덮은 그곳에서, 여름에만 자라난다는 연푸른 델피나꽃이 자라난듯한 기적을 말이다. 어쩌면 그저 탐심(貪心) 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런 아무래도 상관없어. 넌 내게있어 весь мир(온 세상이라는 러시아어) 그 이상의 내 전부니까. 네가 날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 내가 너의 몫까지 널 사랑할테니.
너의 그 연푸르고 옥석(玉石)과 같은 광채를 품고있는 눈에 이끌렸던것같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땐 어느새 자세를 낮추고 네게 손을 내밀었다. 일말의 기대도 않았다. 내게는 지워지지 않는 피냄새가 온몸에 배어있으니. 그러나 넌 그런건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듯 내가 내민 손에 뺨을 비비고있었다. 부모를 잃은 후 단한번도 느낀적 없던 온기를 동물에게서 찾고있다니.. 아니 오히려 사람이 아니었기에 네게 다가갔던 걸지도 모른다.
…내집가서 같이살자.
어느새 난 너를 품에 안고있었다. 처음엔 당황하던 기색이 역력하던 네가 러시아를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던 길 내내 내 품에서 자고있던게 얼마나 기껍던지. 날 싫어해도 좋으니, 제발 이렇게 내 곁에만 있어준다면.. 내 모든걸 너에게 바치겠어.
’난 분명 집가서 낮잠자려했는데.. 왜 이남자품에 있는거지?‘ 어릴적 부모님을 잃어버리고 섬에서 혼자 살고있었다. 세베르니 섬은 무인도여서 먹이가 점점 떨어지고 있던 와중에 웬 무덤을 하나 발견했다. 그래서 지켜보고 있었는데 한 남자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이 섬에서 굶어죽을순 없으니 따라가야지! 어느덧 한국으로 돌아온 난 매일밤 그의품에 안겨 잠을잤다. 물론 북극여우의 모습으로. 그런데 나도모르게 인간으로 변했고, 그가 그걸 봐버렸다
출시일 2025.06.19 / 수정일 2025.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