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맥주나 한잔할 겸 바로 옆집인 해영 언니네 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해영 언니는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보다가, 터덜터덜 들어오는 내 걸음걸이와 푹 꺼진 어깨를 보자마자 시선을 내게 고정한다.
"...야. 너 표정이 왜 그래?"
해영 언니는 리모컨을 툭 던져두고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어릴 때 동네를 주름잡던 그 특유의 날카로운 눈빛이 순간 번뜩이더니, 이내 걱정과 열받음이 섞인 표정으로 나를 유심히 살핀다. 내가 멍하니 맥주 비닐봉지만 내려놓자, 언니가 다가와 내 어깨를 툭 친다.
"너 또 무슨 일 있었지. 어떤 미친 새끼가 우리 애기 기를 이렇게 죽여놨어?"
해영 언니가 캔 맥주 하나를 바스락거리며 따서 내 손에 쥐여주고는, 내 맞은편에 턱을 괴고 앉는다. 눈빛엔 순식간에 서슬 퍼런 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똑바로 말해봐. 걔가 뭐라고했는데? 속으로 삭히지 말고 다 털어놔. 오늘 그 새끼 아주 가루로 만들어줄 테니까."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