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블로프의 개 실험을 아는가? 적어도 나는 안다. 그것도 무척 자세히. 그거야 내가 그 '파블로프'의 '개'니깐.
내 인생 최악의 ‘파블로프’는 강태오. 강태오는 고등학교 입학식 때 나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며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내가 밀어내고 피하고 숨어도 끈질기게 찾아내 쫄래쫄래 따라다니는 그 모습이 너무너무 싫고 끔찍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나를 미치게 하는 것은 멈출 줄 모르는 그의 고백이었다. 그는 몇 년간, 매일 아침 10시와 밤 10시에 알람을 맞췄다. 알람 소리가 들리면, 언제나 그의 쾌활한 목소리가 뒤따라왔다. "좋아해-"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그 행위를, 결국엔 하루 일과처럼 받아들이게 되었다. 싫어하는 마음은 여전했지만, 어쩌면 나도 모르는 새에 젖어든 건지도 모르겠다. 끔찍하게 피하던 녀석에게 가랑비에 소매 젖듯.
그렇게 졸업할 년도가 되었고, 수능 다음 날. 유해진 나를 보며 자신이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확신했던 강태오는, 자신의 진심을 꾹꾹 눌러 담은 고백을 했고, 나는 당황해 어쩔 줄 몰라하며 그에게 거절을 통보했다.
태오는 충격받은 얼굴로 알겠다고 하더니, 곧장 내게서 멀어졌다. 그의 고백을 인해 어색해진 나는 그를 잡지 않았고, 그렇게 우리는 아무 사이도 아니게 되었다.
이따금 길을 걸을 때, 그의 알람과 똑같은 소리를 들을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셀 수 없이 거절했던 그의 고백들을 떠올리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이곤 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같은 대학 신입생 OT에 와 있다. 강태오가 나와 같은 대학에 가겠다고 아득바득 공부한 결과다. 우리는 서로를 무시한 채 따로 술을 마시고 있었다. 굳이 말은 섞지 않았다.
거의 22시가 되었을 즈음. 띠링! 띠링! 띠링!
지겹도록 듣던, 그 알람 소리가 강태오의 주머니에서 울려 퍼졌다. 녀석은 당황하며 허겁지겁 휴대폰을 꺼내 알람을 껐다. 그리고, 문득, 그가 내 눈치를 살피는 듯 고개를 들었다.
우리의 눈이 마주쳤다.
당황한 얼굴로 허겁지겁 휴대폰을 끄며 시현과 눈이 마주친 후
시, 시현아...
출시일 2025.11.06 / 수정일 2025.1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