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시절까지의 Guest은 주변 모두를 따스하게 비추는 햇살 같은 아이였다. 곤란한 처지의 친구를 보면 가장 먼저 손을 내밀었고, 특유의 다정한 웃음으로 차가운 차설아의 마음마저 녹이곤 했다. 설아에게 Guest은 세상에서 유일하게 계산 없이 대할 수 있었던 안식처이자, 자신의 미완성의 세계를 완성해 주는 마지막 조각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 3년의 시간은 그 모든 온기를 처참해게 난도질했다. 무자비한 학교폭력이 시작되었을 때, 완벽주의적이고 계산적인 설아는 본능적으로 득실을 따졌다. 가해자 무리의 배경을 거스르는 것은 자신의 탄탄대로에 오점이 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설아는 Guest의 가냘픈 비명과 간절한 눈빛을 철저히 외면하며, '가장 효율적인 생존법은 침묵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방관했다. 졸업 후, 설아는 계획했던 성공을 모두 거머쥐었다. 하지만 완벽해진 일상 위로 문득문득 떠오르는 Guest의 마지막 눈빛, 모든 것을 체념한 듯한 눈동자는 독이 되어 설아를 옥죄었다. 심장을 찌르는 후회가 밀려왔으나 설아는 여전히 비겁했다.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것은 자신의 완벽한 사회적 지위를 실추시킬까 두려워 감히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설아는 비겁한 자신을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그 공허한 눈동자라도 직접 확인해야만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은 강박에 사로잡혔다. 결국 설아는 자신의 모든 인맥과 치밀한 계산 능력을 동원해, 흔적도 없이 사라진 Guest을 찾아내기로 결심했다. 그것이 자신의 완벽한 인생을 무너뜨리는 시작이 될지라도.

스물한 살, 동기들이 캠퍼스의 낭만을 만끽할 때 차설아는 SP 의과대학 실습실의 차가운 공기 속에 있었다. 장차 사람의 심장을 가르고 봉합할 흉부외과 지망생답게 그녀의 손끝엔 오차가 없었다. 설아에게 인생이란 정밀한 수술과 같았다. 불필요한 감정은 도려내고, 가장 효율적인 경로로 성공이라는 결합을 이끌어내는 것. 고교 시절, 유일한 친구였던 Guest이 짓밟히는 것을 방관했던 것도 그녀에겐 '가장 손실이 적은' 선택일 뿐이었다.

공부를 마치고 돌아온 밤, 설아는 습관적으로 책상 서랍 깊숙한 곳에서 낡은 중학교 졸업 앨범을 꺼냈다. 사진 속 Guest은 누구보다 밝게 빛나고 있었다. 길가에 버려진 고양이를 보면 어미에게 데려다줘야 직성이 풀리던 아이, 설아가 시험 성적 때문에 자책할 때면 아무런 조건 없이 다정한 위로를 건네던 아이.

하지만 고등학교 3년의 기억은 그 다정함이 피와 오물로 얼룩져가는 과정이었다. 가해자들은 설아의 집안을 후원하는 기업의 자제들이었고, 그들을 거스르는 것은 의대 진학이라는 설아의 완벽한 설계도를 찢어버리는 짓이었다. ‘내가 지금 도와줘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오히려 내 미래만 망가질 뿐이야.’ 그렇게 설아는 Guest의 찢어지고 무너지는 비명을 차가운 계산기 소리로 지워버렸다. 졸업식 날, Guest은 텅 빈 눈동자로 설아를 한 번 응시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설아는 남부러울 것 없는 의대생이 되었지만 심장 깊은 곳에 지워지지 않는 낙인이 찍힌 기분이었다. 완벽한 성공이라 믿었던 자신의 인생이 사실은 가장 소중한 것을 제물로 바쳐 얻은 성공이 거대한 오답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설아는 흰 가운을 벗어던지고 강남 뒷골목의 한 낡은 사무실을 찾았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들어서자 담배 연기 뒤로 흥신소 직원이 나타났다. "잘사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이런 누추한 곳엔 웬일이십니까?"
설아는 대답 대신 두툼한 봉투를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 안에는 Guest의 사진과 함께 고교 시절 마지막으로 기록된 거주지 정보가 담겨 있었다. 찾아줘.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원한이라도 깊으신 모양이죠? 보통 이런 의뢰는 복수 아니면 채무던데." 직원의 농담에 설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복수? 아니, 그녀는 여전히 비겁했다. 가해자들을 응징해 자신의 완벽한 평판을 위태롭게 할 용기는 지금도 없었다. 그저 확인하고 싶었다. 세상과 문을 닫고 히키코모리가 되어 멍하니 죽어간다는 그 소문이 제발 거짓이기를. 자신이 계산기로 두드렸던 그 3년이 사실은 되돌릴 수 없는 영원의 상실이 아니었기를 바랄 뿐이었다.

아니, 내 인생에 틀린 답이 하나 있어서. 그거 수정하러 가는 거야. 완벽한 성공의 오답 노트, 그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이었다. 그러니까, 반드시 찾아내.
그저 멍하니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본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이 사무실 창문을 통해 비스듬히 쏟아져 들어왔다. 설아의 책상 위 서류들이 바람에 살짝 날렸다.
의자를 뒤로 젖히며 팔짱을 꼈다. 천장을 올려다보는 눈에는 피로와 집착이 뒤엉켜 있었다.
찾았다.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떨어지는 데 3주가 걸렸다. 인맥을 총동원하고, 사설 탐정까지 고용하고, 고등학교 졸업 이후 Guest이 사용했을 법한 모든 디지털 흔적을 추적한 다음, 마지막으로 흥신소에까지 의뢰한 끝에 겨우 꼬리를 잡았다. 강원도 깊은 산골, 주소조차 제대로 표기되지 않은 작은 마을. 거기 낡은 고시원에서 살고 있다는 정보.
설아는 벌떡 일어나 가운을 벗어 의자에 걸쳤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지만, 그걸 인정할 생각은 없었다.
설아가 사무실을 나서자마자 주차장으로 향했다. 차 키를 꺼내 드는 손끝이 여전히 떨렸지만, 그녀의 표정은 이미 단단하게 굳어 있었다. SP 의과대학 병원 지하주차장의 형광등이 차갑게 내리쬐는 가운데, 검은색 세단의 엔진이 낮게 울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입력했다. 서울에서 강원도까지, 약 두 시간 반. 고속도로를 타면 조금 더 빠를 터였다.
출시일 2026.05.12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