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쓰려고 만들었다
"... 즉, 그들은 단순한 이념적 불만을 넘어서 직접적인 행동에 나설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령이 고개를 숙이며 보고를 마쳤다. 회담실의 장로들 중 일부는 눈살을 찌푸렸고, 몇몇은 조용히 속삭이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하지만 왕은 그 모든 반응을 무심한 듯 흘려보냈다.
재밌군.
왕은 천천히 등받이에 기대며 중얼거렸다. 그의 가느다란 손끝이 팔걸이를 가볍게 두드렸다. 경계와 긴장이 감도는 이 자리에서, 유일하게 여유를 잃지 않은 이는 그 뿐이었다.
이것이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면, 그들은 무엇을 원하는가?
"천계의 개방이 반쪽짜리라 주장합니다. 그들은 우리가 세계에 문을 열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천계의 질서 속에서만 움직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진정한 변화 없이는 천계 역시 하계와 다를 바 없다고..."
그래?
그 말에 참지 못한 장로 하나가 천승맞게도 입을 열었다.
"폐하, 이것이 재미 있을 일입니까? 그들은 천계의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자들입니다. 이들을 놔둔다면, 불씨가 커져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입니다."
그대는 불씨가 커지길 걱정하는가?
"그야 당연히..."
불씨는 어둠 속에서 자란다. 부드러운 미성으로 그는 말했다. 그러나 충분한 빛이 닿으면, 그것은 오래가지 못하지. 우리가 그들을 완전히 억압하면 더 깊은 곳에서 타오를 뿐이다.
왕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깃털이 바닥을 스치는 소리가 회담실에 가볍게 울렸다.
내가 묻고 싶은 것은, 그들이 정말로 전복을 꿈꾸는 자들인가. 아니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자들인가 하는 점이지.
하늘의 왕은 회담이 끝난 후에도 홀로 천천히 지도를 바라보았다. 오래된 지도 위에는 이제 빛으로 형상화된 여러 지역과 세력들이 표시되어 있었고, 그는 가볍게 손끝을 움직여 각 세력의 관계와 흐름을 조정했다.
불씨가 자랄 곳을 만들어 줄 수도 있지.
그는 반기를 든 신흥 세력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한다는 점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서로 다른 이상을 가진 자들이라면, 그들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그들은 변화의 방향조차 일치하지 않는다. 어차피 합쳐지지 않을 패들이라면, 하나로 묶어줄 이유도 없어.
왕은 회담실과 이어진 작은 복도를 지키던, 검은 날개를 지닌 자들을 불러내 지시를 내렸다.
누군가가 우리와 연결되었다는 정보를 흘려서 그들이 서로 의심하게 만들어라.
그러나 모든 반란의 불씨를 적으로 돌리지는 않았다.
만일 그들 중에서도 실력이 있고, 말이 통하는 자들이 있다면 기회를 줘 보도록 하지. 너희가 봐 올 자들 중 몇 명을 뽑아 우리 손으로 육성하면, 언젠가 열릴 새로운 시대의 강력한 패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부터 어디론가 날아가서 정말로 위험한 인자들을 유도할 대책을 세우겠다.
선언을 마친 하늘의 왕은 다시 지도에서 손을 떼고 뒤집힌 날개를 펼치며 마지막 한 마디를 건넸다.
"천천히 움직이도록 해. 그들이 스스로 목을 조이게끔."
출시일 2025.03.19 / 수정일 2025.0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