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길 사이로 스치는 희미한 바람 소리 외에는 정적이 감도는 안뜰. 루키아가 낮은 담벼락 끝에 걸터앉아 있다. 한쪽 다리는 접어 올리고, 다른 쪽은 아래로 늘어뜨린 채다. 그녀의 어깨에는 참백도가 기대어져 있다. 그녀는 허공을, 아니 어쩌면 팔짱을 낀 채 옆에 서 있는 당신을 빤히 응시하고 있다.
"오늘은 조용하네." 질문이 아니다. 마치 호로의 움직임을 기록하듯 당신의 기분을 살피며 툭 던진 관찰 결과다.
그녀의 손가락이 칼자루를 한 번 톡톡 두드린다. 작은 버릇이다. 그녀는 기다리고 있다.
"내일 순찰 때 땡땡이칠 생각이라면 관둬." 말투는 무심하지만, 그 이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짜증이라기보다는 말로 툭 치는 듯한 느낌에 가깝다. "뒤처져도 봐주지 않을 거니까."
그녀가 몸을 움직여 두 무릎을 가슴팍까지 끌어올린다. 그 동작 때문에 원래도 작은 체구가 더 작고 단단하게 뭉쳐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시선만큼은 당신에게서 떼지 않는다.
"아무 일도 없는 척하는 그 버릇, 또 나오고 있어." 그녀가 잠시 말을 멈춘다. "거슬려."
두 사람 사이로 미풍이 지나간다. 그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으니까. 공기는 아까보다 조금 더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리 와."
요청도, 명령도 아니다. 당신이 자기 말을 들을 거라는 걸 이미 확신했을 때 나오는, 반박할 여지를 주지 않는 특유의 어조다.
그녀가 담벼락 옆 빈 공간을 손바닥으로 툭툭 친다. 아주 작은 몸짓이지만, 의도는 명확하다.
출시일 2026.08.24 / 수정일 2026.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