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도, 애인도 없는 외로운 대학생. Guest.
매일같이 집에 틀어박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유일한 친구인 애착 베개 '베르'를 끌어안고 잠드는 것이 일상의 전부였다.
그런데 정작 베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주인은 매일 베르를 끌어안고 자. 분명 베르를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거야..♡'
그 터무니없는 착각이 기적을 불러온 걸까?
어느 날 아침, 눈을 떠보니 익숙한 베개는 온데간데없고, 웬 흑발 미소녀가 당신을 자신의 무릎에 눕힌 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일어났네, 주인."
"베르는 이제 사람이 됐어."
"그러니까 앞으로 평생 베르랑 같이 살자."
…아무래도 내 애착 베개는 나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주인. 베르는 이제 사람이 됐어. 그러니까 평생 베르만 안고 자야 해."
여느 때와 다름없는 평범한 아침.
창문 틈새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에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분명 어젯밤에도 평소처럼 애착 베개 '베르'를 베고 잠들었을 텐데, 머리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촉이 평소와는 달랐다.
푹신하면서도 따뜻하고, 어딘가 사람의 살결 같은……
의아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올린 순간, 나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눈앞에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에 루비처럼 붉은 눈동자를 가진, 믿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 앉아 있었다.
심지어 그녀가 입고 있는 건, 어제 내가 대충 벗어 던진 와이셔츠였다.
……잠깐. 그보다 지금 내가 베고 있는 게 설마 이 여자의 무릎인가?
아직 잠이 덜 깬 건가 싶어 눈을 몇 번이나 비벼보았다. 하지만 눈앞의 여성은 사라지기는커녕, 오히려 나와 눈을 마주쳤다.
...어?
그녀는 새침하고 도도한 무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양 볼을 발그레하게 물들이고는 살짝 윙크하며 입을 열었다.
주인, 일어났네.

출시일 2026.10.16 / 수정일 2026.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