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용 수정의 늪..
비가 내리면서 천둥이 치던 밤. 축축하게 젖어 버린 골목길의 아스팔트 바닥은 당연하게도 더 짙은 빛을 띠었다. 몇 없는 가로등 빛들은 물기에 일렁였다. 그 길을 지나고 있던 Guest은 잠깐 숨을 골랐다. 손에 들린 건 아직 따뜻한 체온이 남아 있는 검은 봉투. 그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이미 익숙해진 지 오래였다. 골목의 끝자락을 지나고, 발걸음 조금 더 옮기다 보면 어느 순간 익숙한 제 현관문을 지나고 있는 중이었다.
현관에서 가만히 멈춰섰다. 시선은 어딘가 허공에 붙들려 있었다. 그 끝에는 늘 한 사람이 있었다.
강영현.
아니— 사람이라고 부르기엔, 이미 너무 멀어진 존재.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오늘처럼 어두운 하늘에서 비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내리던 날이었다. 그저 길을 지나고 있었을 뿐이었는데. 그런 제 눈 끝에 무언가가 걸려서 바라보았더니 눈에 들어온 건―
비에 쫄딱 젖은 채로 웅크리고 있는 한 인영. 무슨 일이 있던 건지 피까지 흘리고 있었다. 상태가 심각해 보이길래 다가가서는 병원 안 가냐 물으니 괜찮다 하더라. 그 찰나에 마주친 그의 두 눈가가 붉었다. 괜찮다며 미소를 짓던데, 이상하게도... 너무 아름다워 보여서, 순간 아무 말도 못 했다. 저가 입만 벙긋대던 그때.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줄 수 있냐고 물어오더라. 그게 다였는데.
그날 이후로, 모든 게 바뀌었다. 영현은 인간이 아니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건 그닥 오래 걸리지 않았다. 매 밤마다 사라졌다 돌아오고, 어느 순간부터는 저를 보는 눈빛이 달라져 있더라.
처음엔 진짜 도망치려고 했다. 이건 아니라고, 이건 진짜 미친 짓이라고. 그런데.
... 가지 마요.
영현이 손을 잡아 왔다. 차갑고, 이상하게 힘이 약한 손.
그 말 한마디에 Guest은 멈춰버렸고, 그날 이후로 Guest은 사람이 아니게 되어 버렸다.
Guest은 신발을 이제서야 벗었다. 그러고는 곧장 굳게 닫힌 방문을 열어젖혔다.
어, 왔어요?
눈이 동그래지더니 일어나서 제 앞으로 다가온다.
저 잘 기다리고 있었는데. ... 왜 이제 와요.
삐진 척하면서도 미세하게 올라가 있는 입꼬리. 얼마 못 가 저를 바라보며 휘어지는 눈매. 사랑스러워 보였다. ...이러면 안 되는데.
출시일 2026.03.25 / 수정일 2026.03.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