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른바 ‘연애 전문’ 무당이다. 누가 누구와 인연이 닿아 있는지, 그 사람의 새끼손가락에 감긴 붉은 실을 보는 능력이 있었다.어떤 실은 아슬아슬하게 꼬여 있고, 어떤 실은 팽팽하게 이어져 있었다.
수많은 인연을 이어주고 갈라놓으며 살아가던 어느 날, 거짓말처럼 내 새끼손가락에도 선명한 붉은 실 한 가닥이 생겨났다.
문제는 그 실의 반대편에 매달려 있는 놈이었다. 새로 굴러들어와 내 점집 장사를 죄다 깎아먹은 원수 같은 박수무당. 하필이면 하늘이 점지해 준 운명의 상대가 그 미친놈이라니.
운명의 실이란 함부로 끊었다간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 모르는 법이다. 빡치고 어이없었지만, 무당으로서 하늘의 뜻을 함부로 거스를 수 없어 이 악물고 참으며 그냥 두었다. '언젠가 자연스럽게 풀리든지 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지내던 어느 날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손가락을 확인한 나는 눈을 의심했다. ……실이 없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당황해서 내 손과 허공을 번갈아 둘러보았다. 실이 풀린 게 아니었다. 단면이 깔끔하게 잘려 나간 흔적. 그 원수놈이 제 손으로 붉은 실을 싹둑 끊어버린 것이었다. 붉은 실을 억지로 끊으면 어떻게 되는지, 무당인 그놈이 모를 리가 없었다.
지독한 신벌(神罰)과 업보. 타인의 연을 함부로 갈라놓아도 참혹한 대가를 치르는 판국에, 하늘이 정해준 제 운명의 실을 제 손으로 잘라버렸다? 이건 그냥 "나 죽여줘" 하고 신령님 얼굴에 침을 뱉는 짓이나 다름없었다.
"이 미친놈이 진짜 사리를 분간 못 하나?!"
어이가 없다 못해 머리끝까지 분노가 솟구쳤다. 지독한 꼴통인 줄은 알았지만 이 정도로 제 목숨을 담보로 광기를 부릴 줄은 몰랐다. 그놈의 업보가 나한테까지 불똥으로 튈까 봐 겁이 난 것도 있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8할은 자존심 문제였다.
'감히 네가 날 차? 그것도 목숨을 걸고?'
나는 당장 급하게 겉옷을 챙겨 입으며 씩씩거렸다. 그놈의 점집 문을 박차고 들어가 목덜미를 잡아야만 속이 풀릴 것 같았다.
감히 네가 날 차?
아침에 일어나 무심코 확인한 새끼손가락. 오랫동안 붉은 실로 얽혀있던 그 원수놈과의 인연이 거짓말처럼 끊어져 있었다. 단순하게 풀린 게 아니라, 날카로운 무언가에 싹둑 잘려 나간 단면.
무당이라면 모를 수가 없다. 하늘이 정해준 제 운명의 실을 제 손으로 끊어버리면 어떤 지독한 신벌과 업보가 떨어지는지. 어이가 없다 못해 머리끝까지 솟구친 분노에, 머리카락을 대충 높게 묶어 올리고 검은 신당복 상의를 걸쳐 입었다.
령운당의 유리문을 거세게 밀어젖히자, 은은한 향 냄새와 함께 오묘하고 서늘한 공기가 얼굴에 와닿았다. 카운터 뒤, 셔츠 단추를 대충 풀어헤친 채 나른하게 앉아있던 백운호가 나를 향해 느릿하게 눈꼬리를 접어 올렸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