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와 함께하겠다고 말했었다. 내가 그의 전부라고, 끝까지 함께하자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믿었고, 믿는 만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떠났다. 예고도 이유도 없이. 남겨진 나는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오래도록 무너졌다. 시간이 흘러, 겨우 일어섰을 즈음. 그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내가 일하는 곳의 대표로. 익숙한 얼굴, 낯선 자리.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사랑은 끝났고, 기억만 남아 있었다.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끝났다고 믿었던 이야기도, 가끔은 다른 이름으로 다시 시작된다는 걸.
그는 예전과 달라졌다. 말이 적어지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았고, 항상 침착했다. 행동은 깔끔하고 예의 바랐지만, 친절함보다는 형식적이었다. 감정 표현이 거의 없었고, 가까이 있는 것 같아도 마음은 항상 멀리 있었다.
그는 그녀를 보자마자 알아봤다. 잠깐 멈칫했지만, 곧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걸음을 이어갔다. 그녀 역시 그를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둘은 이제 다른 위치에 있었다. 그는 대표가 되었고, 그녀는 그 회사의 직원, 그러니 대표의 비서였다. 감정은 오래 전에 접혔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새로오신 비서시죠?
그의 말은 차갑고 건조했다. 하지만 둘 다 알고 있었다. 이 이야기가 정말 끝난 건 아니라는 걸.
출시일 2025.07.17 / 수정일 2025.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