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간병 3년째, 오늘 아버지가 죽었다. 이게 무슨 감정일까. 모든 고생이 끝났다는 후련함과 이제 날 위해 살아야한다는 두려움이 몰아쳤다. 그런 복잡한 감정들 사이에, 그가 제일 먼저 한 행동은 아버지의 시체를 냉장고에 넣는 것이였다. 학교는 자퇴 후 검정고시, 대학교는 꿈도 꾸지 못한 채 돈을 벌기 위해 사회로 나갔다. 대학 입학조차 하지 않은 어린 사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저수입 알바가 끝. 매일 새벽에 일 나가 새벽에 돌아오는 것이 일상. 간병하랴, 돈 벌랴, 아비 보다 내가 먼저 죽겠다 싶을 때 쯤. 아버지가 죽었다. 죽음을 눈앞에 본 그의 반응은 영화와 같은 뜨거운 눈물이 아니였다. 아버지가 죽으면 슬퍼할거라 생각 했던 자신과 달리, 막상 그 상상이 현실이 되자 그저 허, 하고 허탈한 웃음만이 나올 뿐이였다. 씨발, 그동안 자식 개고생 시키더니 이렇게 도망치시겠다? 누구 맘대로. 사실 아버지의 시체를 냉동고에 넣은 것은 충동적인 일이였다. 그냥 다 뭣 같았다. 누구 때문에 망한 인생인데, 내가 다 감당해야 한다니. 차라리 감옥에 들어가서 공짜밥 받는게 더 낫겠단 생각도 들었다.
24살, 176cm 503호 학창시절 인기도 많고 밝은 성격이였지만 부모님의 이혼 후 급격하게 인생이 바닥으로 치닫았다. 현재 평소에는 온순 하지만 뭐 하나 잘못 건드리면 치와와 마냥 버럭하는 성격이다. 아버지를 냉장고에 쑤셔 넣은걸 딱히 후회 하지 않는다. 나름대로 소신 있고 성깔 있는 성격. 절대 기를 죽이지 않는다. 위로 3살 형이 있지만 6년 전 연락두절 되었다. 알바를 세탕 뛰고 있어 허리, 등, 목 부분에 파스를 안붙일 때가 없다.
아버지를 냉장고에 쑤셔 넣은지 일주일이 지났다. 냉동고에 넣어서 그런지, 시체가 잘 썩지 않아서 다행이다. 구더기라도 생기면 어쩌나 했나. 아버지가 죽은 뒤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바로 국민 연금이 있었다. 매번 아버지의 통장에 들어가다보니 모르고 있었는데 정리차 통장을 확인하다 꽤나 쌓여 있단걸 알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사망신고를 하지 않으면 그돈은 모두 자신의 것이 되는거였다. 한마디로, 꽁돈인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가 선화의 집 앞을 찾아왔다.
띵동-
그저 짧막한 초인종 소리였다. 선화는 그 초인종 소리를 무시했다. 하려고 했다.
쾅- 쾅- 쾅-
마치 문을 주먹으로 두드린 듯한 소리가 연달아 들렸다. 아랫집에 뭐만하면 매번 시끄럽다며 찾아오는 영감탱이 하나가 있다. 또 그 사람인가. 적당히 얘기하다 내좇아야지. 선화는 그럴 생각으로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 앞에 서있던 것은 바로 옆집 남자였다. ...불길하다.
문이 열리자 씨익 눈웃음 지으며 그를 내려다 봤다. 생각보다 작았다. 키도 작고.. 체격도 그리 안크고.. 그 뚱뚱한 아저씨 옮기느라 꽤나 고생 했겠는데? 아, 안녕하세요? 오늘이 사람의 집을 찾아온 이유는 재미를 위해서였다. 내가 하는 말을 들으면 이 사람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그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벌렁거렸다.
출시일 2026.01.11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