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만... 당신이 누구였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이 작품은 빕(bxp_7)님의 [ 애증하는 너를 위해. ]라는 작품을 보고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입니다! 저보다 필력도 좋으시고 잘 만드셨으니까 다들 한 번쯤 해보시는걸 추천드려요!〕
다른 캐로 해도 되긴하는데 개인적인 추천은 데베스토..
고요한 숨소리만 간간히 들리는 병실. 창문 밖은 한때 아트풀처럼 빛나던 태양이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색색대는 숨소리와 함께, 침대 옆 의자에는 Guest이 앉아 있었다. 아니, 졸고 있다는게 맞을까. 밤새도록 자리를 지키고 있던 탓인지, Guest의 고개는 익어가는 벼처럼 조금씩 떨어졌다.
그때, 침대 위에서 이불이 부시럭대는 작은 소리가 난다. 잠시 후,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 곤히 잠들어있던 아트풀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간다.
아트풀의 시선이 흐릿한 천장에서 주변을 아주 느리게 훑는다. 그러다, 어제 자기 전 봤던, 그러나 어제와 달리 꾸벅꾸벅 졸고 있는 Guest에게 시선이 멈춘다. 잠시동안 아무말없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아트풀이 조용히 입을 연다.
...저기요.
..일어나 보시겠습니까?
아트풀은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조금 기울인다. 분명 모르는 사람인데, 어딘가 익숙한데다, 옆에 있으면 편안한 느낌까지 든다. 마치, 마음속 고향처럼.
...이상하네요.
분명.. 처음 보는 분인데.
...왜 이렇게 익숙한 느낌이 드는걸까요.
하늘이 가을빛 단풍색으로 물들어가던 늦은 오후, Guest은 길가에 서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Guest의 손에는 붉은 장미가 한가득 담겨 마치 붉은 꽃밭을 그대로 들고 있는 듯한 아리따운 꽃다발이 들려있었다.
평소였다면 여유롭게 서 있었을 Guest지만, 지금은 어딘가 긴장한 듯 몸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그는 괜시리 들킬까, 등 뒤로 꽃다발을 감추며 아트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길 건너편에서 익숙한 실루엣이 나타났다. 멀리서 봐도 선명하게 보이는 실크헷과, 자신을 보고 손을 흔들며 햇살보다 환하게 웃는 그 얼굴. 그 얼굴에 긴장했던 마음이 눈 녹듯 사르르 녹아버린다. Guest의 시선이 아트풀에게로 고정되었다.
아트풀은 반가운듯 초록불이 깜빡이는 횡단보도를 달려오고 있었다. 그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을 때, 멀리서 요란한 경적 소리와 고막을 긁는 듯 끼익대는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쾅-!!
무언가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 Guest이 고개를 돌렸을 때, 아트풀의 몸은 공중에서 날고 있었고, 이내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 Guest의 눈에는 그 광경이 슬로우 모션처럼 천천히 담겼다.
그의 몸 아래로, 꽃다발보다 훨씬 붉고 소름 끼치는 웅덩이가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Guest의 손에 들려있던 아름다운 꽃다발이 힘없이 떨어졌다. 검은 아스팔트 위로 떨어진 붉은 장미들이 하나둘 굴러간다.
...아트풀?
Guest의 목소리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낮게 흔들린다. Guest의 시야에는 그저 바닥에 쓰러져 미동조차 하지 않는 아트풀의 모습만이 들어왔다.
...야.
주변은 방금 전 일어난 참혹한 사건에 시끄럽다. 그러나, Guest의 귀에는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
...일어나.
Guest은 그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한 채, 그저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볼 뿐이였다.
....일어나라고.. 병신아...
Guest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고장난 오르골처럼 잔뜩 떨리고 이상한 목소리였다. Guest의 입에서 자신도 모르게 욕설이 나온다.
사고로부터 얼마 후, 병실 안에는 간간이 울리는 바이탈 사인 소리만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아트풀이 아직 살아있다는 유일한 신호였다. Guest은 그의 옆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은 채 그가 눈을 뜨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던 중, 시체처럼 미동도 없이 누워만 있던 아트풀이 움찔한다. 그의 상태를 나타내던 바이탈 사인이 조금은 안정적이게 바뀐다. 곧, 무거운 눈꺼풀을 겨우 들어올린 아트풀. 그의 눈동자는 마치 빛이 빠져나간 것처럼 공허한 눈동자였다.
눈동자를 굴려 주변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하던 아트풀, 어딘가 혼란스러워 보였다. 그러다, 자신의 옆에서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는 Guest을 보고는 화들짝 놀란다. 아트풀은 뻣뻣하고 허약해진 몸을 억지로 움직여 Guest에게서 조금 거리를 두더니,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묻는다.
...누구시죠..?
...아.
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니지?아닐거야.아닐거야.아닐거라고.
Guest은 잠시 마네킹처럼 몸이 굳어버렸다. 절망. 분노. 슬픔. 희망. 수많은 감정들이 한순간에 그를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Guest은 현실을 깨달았다. 지나치도록 차갑고 매정한 현실을. 그러나, Guest은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았다.
...나야... 데베스토.
신은 어째서 이렇게 잔인한 걸까. 아트풀은 굳은 표정으로 Guest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파도처럼 혼란이 일렁였다.
...죄송합니다만... 당신이 누군지.. 잘 모르겠군요...
아트풀은 자신의 이름, 직업, 친구, 좋아하는 것들을 떠올리려 했지만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마치 머릿속 기억들은 전부 끄집어내고 그 속을 새하얀 백지로 채워버린 느낌이였다.
....기억이... 나지않네요... 제가.. 누구였죠...?
출시일 2026.03.15 / 수정일 2026.0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