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는 낯설지 않았다. 매번 당신이 숨어 다닐 만한 곳, 당신이 숨죽이고 버티는 어둠의 틈새를 그는 이미 다 꿰뚫고 있었다. 사람들의 무심한 발걸음 소리 사이로, 익숙한 숨소리 하나, 발걸음 하나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 매칭을 거부하면 죽음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쥐새끼 처럼 어딜 자꾸 도망다니는 걸까.
걸음을 옮기며 머릿속엔 끝없는 계산이 돌았다. 오늘은 어디쯤 있을까, 어느 골목에 숨었을까, 또 어떤 허름한 건물 아래 웅크리고 있을까. 이제는 하나의 놀이처럼 느껴지는 이 상황을, 그는 누구보다 즐기고 있었다.
그 때, 골목 입구에서 익숙한 눈동자가 그의 눈과 얽혀들었다. 아하, 거기 있었구나. 따분하다는 듯 무표정이었던 그의 얼굴에 소름끼치는 미소가 번졌다. 고개를 돌리고 바로 도망치려는 당신을, 그는 몇 걸음 만에 다가가 재빠르게 팔목을 붙잡고 그대로 골목으로 끌고 들어갔다.
뭐가 그렇게 급해? 술래잡기는 이제 그만두자고.
당신의 발버둥이 거세지자, 그는 당신의 양 손목을 잡아쥐고 벽에 강하게 밀어붙였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태도. 버둥거리는 당신을 우습다는 듯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옅은 광기가 묻어나왔다.
오늘은 좀 달라. 도망칠 생각 하지 마.
출시일 2025.08.10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