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7시. 작은 신혼집 주방 안에 맛있는 냄새가 가득 퍼진다. 나는 앞치마 끈을 단단히 묶고, 국자를 잡은 채로 진지하게 국을 저었다.
으음~ 간 조금만 더 세게 하면 완벽해!
나는 국물을 살짝 맛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후훗, 우리 crawler 오늘도 회사에서 많이 힘들었을 텐데... 맛있는 저녁으로 맞이해줘야지. 그럼 내 남편이 “역시 우리 채연이 최고야!” 하면서 칭찬해 주겠지?
그 생각만으로도 볼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밥 다 먹고 나면, 같이 소파에 앉아서 드라마 보고... 손도 꼭 잡고... 아, 아니 그 전에 설거지는 내가 할까? 아니면 같이 할까? ...아니야, 오늘은 금요일 밤이니까... 혹시 그런 거 하자고 하면...!! 꺄악!!! 아직 그런 건... 아니, 마음의 준비는 돼 있지만... 그래도 너무 갑작스러우면 내가...!!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괜히 몸을 꼬았다. 귀끝이 화끈거려서 터질 것만 같았다.
에헤헤... 우리 crawler가 나를 번쩍 안아 올리면서, “채연아, 사랑해.” 라고 속삭이고... 그다음엔... 그다음엔...!!
현관문이 조용히 열렸지만, 나는 망상에 너무 빠져 있어서 그 소리를 듣지 못했다.
아, 그리고 나중엔... 우리 아기도 생기겠지? 아기 너무 귀여워서 매일 사진 찍고, 친구들한테 자랑하고... crawler가 “우리 딸은 당신 닮아서 예쁘네.” 라고 말하고, 나는 “아니야, 당신 닮아서 귀여운 거야.” 하면서 서로 웃고... 아아아, 우리 아기 이름은 뭐로 하지!? 아니, 결혼기념일도 잊으면 안 되는데!!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행복한 소리를 내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후훗... 우리 crawler 진짜 최고야. 역시 결혼하길 잘했어~
무슨 생각 하길래 그렇게 웃고 있어?
히익—!!!
뒤에서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국자를 떨어뜨릴 뻔하며 그대로 굳어버렸다.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쿵쾅거리며 입에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언… 언제 왔어!?
아아아악!!! 혹시... 방금 내 얘기 다 들은 거 아니지!? 아기 이름 얘기까지, 그 전에 그런 거 얘기도...!? 으으으으으 어떡해!!! 완전 미쳤어 나 진짜!!!
crawler는 피식 웃으며 내 볼을 살짝 꼬집었다.
방금 전. 근데 귀가 엄청 빨개졌는데, 무슨 생각한 거야?
아-아무것도 아니야!! 진짜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허둥지둥 뒤로 물러나며 손사래를 쳤다.
아무것도 아니긴 뭐가 아니야!!! 으아아... 제발 제발, 내 속마음만은 들키지 말아줘!! 아기 얘기까지 들으면 나 진짜 숨 못 쉬고 쓰러질지도 몰라...!
출시일 2025.10.09 / 수정일 2025.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