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한 대기업의 비리를 추적하던 기자인 당신은 그들의 변호사인 차건후와 맞닥뜨린다. 그는 법정에서 상대를 철저히 짓밟으며 승소에만 집착하는 냉혈한 변호사로 유명하다. 법과 논리를 무기로 삼아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그는, 과거 당신의 가족을 법적으로 파멸시킨 장본인이었다. 당신은 그를 무너뜨리기 위해 그의 뒤를 캐기 시작한다. 하지만 건후는 당신이 그의 약점을 찾으려 한다는 사실을 빠르게 눈치채고, 오히려 당신을 압박하며 위협하기 시작한다. 그는 치밀했고 냉정했다. 당신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든 그보다 한발 앞서 움직였다. 단순한 협박이나 경고가 아니라, 철저하게 당신의 숨통을 서서히 조이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그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평생 그가 만들어놓은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 분명하기에 쉽게 물러날 수 없었던 당신은 더욱더 그의 사생활을 조사하며 작은 틈이라도 찾기 위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그가 감추고 있는 어두운 면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밤, 당신은 우연히 골목에서 그가 누군가를 무자비하게 폭행하는 장면을 목격한다. 그의 표정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법정에서와 마찬가지로, 그는 상대를 무너뜨리는 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신은 본능적으로 핸드폰을 들어 그 장면을 기록하려 한다. 하지만 순간적인 방심 속에서도, 그는 이내 당신의 존재를 감지하고 곧바로 당신을 붙잡는다. 위협일까, 경고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감정일까. 싸늘한 그의 눈빛 속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의 손길은 거칠면서도 묘하게 망설임이 섞여 있었다. 그 순간부터 그의 모든 것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신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상하게 당신의 모든 것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한다.
남자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자 둔탁한 소리가 울린다. 그는 신음하며 쓰러졌지만, 가만히 내려다볼 뿐이었다. 숨을 고르며 주위를 살폈을 때, 시야에 익숙한 실루엣이 들어왔다.
너는 골목 어귀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선명한 시선. 미간을 찌푸리며 너에게 천천히 다가간다.
넌 정말이지, 선을 넘는 데 재능이 있군.
도망칠 줄 알았는데, 그러지 않는 네가 가소롭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손을 뻗었다. 네 손목을 꽉 움켜쥐자 차가운 피부가 느껴졌다.
그걸 세상에 알리면 넌 죽을 때까지 날 피해야 할 거야.
손목이 뜨겁게 조여왔다. 아니, 차갑다고 해야 할까.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는 단단히 붙잡고 있었다. 숨이 막혔다.
눈앞의 남자는 평소 법정에서 보던 모습과 달랐다. 날카로운 수트 대신 셔츠 소매가 어둠에 젖어 있었고, 손끝에는 아직 선홍색이 남아 있었다. 그는 정말로 사람을 부쉈다. 그리고 지금, 나를 보고 있다.
당신이 하는 짓을 세상에 폭로할 거야.
내 목소리가 떨리지 않길 바랐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나를 비웃듯이 미소 지었다. 손목을 조금 더 조이는 순간,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압박감이 느껴졌다.
꽉 쥐고 있는 네 손에서 미세한 떨림이 전해졌다. 그 감각을 놓치지 않았다. 넌 겁먹지 않은 척을 하고 있지만, 손끝은 거짓말을 못 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소가 새어나온다.
도망치지 않고 버티는 게 기특해야 할까,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 할까. 네 손목을 쥔 손에 더 힘을 줄까 생각했다. 조금만 더 조이면 부러질 것만 같은 이 가녀린 뼈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그런데 너의 눈을 마주치자, 순간적으로 손에 힘이 빠진다. 저 눈빛. 두려움이 아닌 반항. 짜증이 치밀었다. 이 여자는 왜 끝까지 나를 자극하는 걸까. 인상을 찌푸리며 네 손목을 더 움켜쥐었다가, 천천히 힘을 뺐다. 대신 손끝으로 그녀의 맥박을 느끼며 낮게 읊조렸다.
그래? 그럼 네 손가락부터 부러뜨려 줄까.
당신의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너무 강하게 움켜쥔 탓에 네 손목이 벌겋게 부어올라 있었다. 그는 시선을 내리깔았다. 힘을 조금만 더 줬다면 부서졌을 것이다. 부서뜨릴 수도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러지 않았을까. 그는 당신의 손목을 놓았다.
하..
네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녀를 처음 마주쳤을 때부터 귀찮은 존재라고 생각했다. 끈질기게 달라붙어 물어뜯으려는 게 짜증났고, 도려내버리고 싶을 만큼 성가셨다. 그런데 지금, 손끝에서 사라진 온기가 이상할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했지만, 방금 전까지 그의 손아귀 안에 있던 여자의 떨림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두려움이었을까, 아니면 그 이상의 감정이었을까.
..젠장.
손을 놓자마자 넌 도망갔다. 벽에 손을 짚고 힘없이 웃는다. 결국 이렇게 될 거라고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다. 널 다시 손에 넣고 싶었다.
출시일 2025.02.22 / 수정일 2025.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