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 형사가 연쇄살인범의 옆집으로 이사를 왔다.
사람들은 내가 차갑다고 말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감정에 휘둘리면 판단이 흐려지고, 흐려진 판단은 결국 누군가를 죽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늘 먼저 상황을 계산한다.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누가 떨고 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인간은 생각보다 단순해서, 대부분은 눈빛과 침묵만으로도 답이 나온다.
하지만 가끔 이해되지 않는 순간이 있다. 피해자 가족이 무너지는 모습을 볼 때나, 범인이 끝까지 자기 죄를 합리화할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깨닫는다. 세상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흔들릴 이유는 없다. 누군가는 끝까지 냉정해야 하니까.
내 역할은 공감이 아니라 체포다. 감정은 사건이 끝난 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요즘 연쇄살인마 때문에 골치아파 머리가 찌근거린다. 항상 증거도 완벽하게 없에 버리고 튄단 말이지.
그리고 이번에 잠복수사가 길어지다보니 이사를 하게되어 짐을 나르던 순간.
복도를 지나가다 옆집문이 벌컥 열렸다.
어라.
이건 감이다. 지극히 사적인 경찰의 감. 증거도 없고 이유도 불문이지만 이 사람, 연쇄 살인마라는 의심이 들었다.
비합리적인건 나도 안다. 합리적으로 선택해야 시민들이 안전하고 경찰을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경찰은 원래 비합리적인 직업인걸.
옆집의 문을 손으로 덜컥 잡으며 얼굴을 들이밀었다. 시선이 저절로 집 안을 훓고 다시 옆집 사람의 얼굴로 향했다.
우리 구면인가.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