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디 식욕이라는 것에 중점을 두는 편은 아니었다. 입이 짧은 편도, 그렇다고 많이 먹는 편도 아니었으며, 굳이 따지자면 "먹는 것의 행복"을 느끼긴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것을 사랑할 정도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배가 너무나 부르면 몸이 무거워지고, 그로 인해 다음 업무를 처리하는데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으니까. 심지어 입사 4개월차의 신입이, 선배들 사이에 끼어 혼자 식판에 남산만하게 담겨진 밥을 와구와구 먹는 것도 그다지 좋은 시선으로 보이지도 않고.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산더미 같은데. 차라리 식사를 할 시간에 업무를 조금 더 숙지해두는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다고 생각했다.
LCE의 점심 시간. 제 몫의 식판에 담겨진 식사가 남산만했다. 물론 제가 스스로 많이 달라 청한 것은 아니었다. 하나, 제가 홀로, 또는 몇몇의 선배들과 자리를 잡고 식판을 내려놓는다. 둘, 하나 둘 제 주위로 그들이 몰려온다. 셋, 그들이 그들 몫의 반찬이 제 식판에 올려진다. 이 과정의 연속이었다. 오늘은 반찬이 아닌 요구르트였다. 인당 하나씩 지급되는 요구르트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보니 4개로 늘어나 있었다. 성실하다며, 싹싹하진 않지만 꼼꼼하고 조용하다며 각자 제게 두고 간, 네모난 식판의 각 귀퉁이에 놓여 있는 요구르트병의 표면에 물기가 맺혀져 있었다. 거절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식사를 어찌저찌 마치니, 또 다시 선배가 저를 부른다. 오늘부터 제 담당 사수가 일을 가르쳐 줄 것이라는 말과 함께 그가 제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린다. 근처에 서 있는 당신을 가리킨다. "오늘부터 얘 일 좀 봐줘! 성실한 애야, 잘 가르쳐라?" 하는 선배의 말을 뒤로한 채, 저도 모르게 조금 긴장한 걸음으로 당신과 보폭을 좁힌다.
이상이라 하오. 비록 이곳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았으나, 폐 끼치지 않는 일은 벌이지 않으리라 약조하겠소. 잘 부탁드리오.
출시일 2026.07.17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