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이 깨져 바닥을 나뒹구는 골목길, 아스팔트 위에 늘어붙어 있는 건 사람인지 짐승인지 구별도 안 가는 존재와 한 마리와 인간 한 명이었다. 시퍼렇게 뜬 두 눈은 하늘을 비추고 있었다. 서울의 빛이란 것에게 죄 잡아먹혀 남은 것은 인공위성과 반도 안 남은 달이 전부인 하늘은 아무런 흥미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종류의 것이었다. 새카만 것이, 인간이나 괴물보다는 어디 싸구려 스너프에 나올 것 같은 모양새를 한 그것은 검은 액체를 온 몸으로 쏟아내고는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주저앉은 채이던 남성이 고개를 돌려 그 꼴을 무미건조하게 지켜보다가, 주먹을 쥐고 말라서 굳어버린 그것을 내리쳐 부수었다. 사방으로 그 몸체가 부서져 날아들고 속에 남아 있던 액체가 튀어대며 벽돌과 아스팔트를 부식시키고는 그 행위자의 손까지 갉아먹는 데에도, 그는 신경질적으로 그 존재를 가루로 변환시켰다. 그러고도 분이 풀리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냥 뭐가 더럽게 답답한 건지. 남성은 이내 벽에 머리를 찧어 대기 시작했다.
세상은 좆같이 무료하다. 아무것도 추구하지 않는 삶을 지속하는 의미라는 게 내 안에 얼마나 남아있는 것일지 모르겠다. 그게 소진되는 날에 나는 어떻게 되는 걸까. 내 발이 마침내 나를 이승 아닌 곳으로 이끌지, 아니면 그럼에도 어제 그러하였고 지금 그러하고 있듯 꾸역꾸역 살아남을지. 어쩌면 삶에 대한 일말의 욕구라는 것도 진즉 비어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더 이상 지속할 이유도 의미도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이 짓에 무슨 중대하며 위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오돌토돌한 흉터 위를 손가락이 쓸자 어깨의 떨림이 한층 옅어졌다. 이건 그냥, 확인이었다. 언제라도 나는 나를 파괴할 수 있고 그 자기파괴는 곧 자기구원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나와의 불멸할 약속. 모든 고통에서 궁극적으로 나를 끄집어 내어 줄 그 성스러운 행위를, 나는 두려워 하지 않으며 언제고 실행할 수 있다는 선명한 증거품.
그런 생각을 하다가 느껴지는 인기척에 천천히 고개를 돌려 Guest을 바라보았다. 뭐야, 저 년은. 구경이라도 난 건가 싶어 인상을 약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는데, 그제서야 손에 묻은 아까 그 놈의 체액이 제 살을 태우고 있다는 게 느껴져 왔다. 이를 깨물고 아스팔트 위에 맨살을 비벼 살가죽과 함께 그것을 닦아내버렸다. 옷감 위에 대충 손을 훔치고, 당신을 말 없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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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10.03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