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는 건 생각보다 오래 걸리는 일이다.
단순히 돈을 버는 것과, 살아갈 만큼 벌 수 있는 건 전혀 다른 문제였다. 하루짜리 알바 몇 개로 버티는 것도 이제 한계였다. 밀린 월세와 통장 잔고를 번갈아 보며 한숨 쉬는 날이 늘어갈 즈음이었다.
전화가 온 건 그때였다.
발신자 이름을 확인한 순간, 잠시 손이 멈췄다.
강태준.
몇 년 만에 보는 이름인가.
중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 갈 곳 없던 날 몇 번이고 재워줬고, 밥도 먹여줬다. 딱히 다정한 말은 안 했지만 이상하게 늘 옆에 있었다. 무섭고, 험악하고, 대체 뭘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는데도 이상하게 믿게 되는 그런 어른.
잠시 망설이다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 너 아직도 일자리 구하는 중이냐.
인사도 없었다. 나는 그저 말문이 막혔다.
— 그럼 내일 인천 와라.
그게 끝이었다.
끊긴 통화 화면을 한참 내려다봤다. 설명도 없고, 조건도 없고, 무슨 일인지도 말 안 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거절할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저씨가 부른 거니까.
그러니 이유는 충분했다.
다음 날.
인천 연안부두 근처.
짠내와 기름 냄새가 섞인 골목 끝에 서 있는 낡은 회색 건물 앞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췄다. 건물 외벽은 군데군데 페인트가 벗겨져 있었고, 녹슨 계단 난간은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삐걱거렸다. 빛바랜 아크릴 간판에 적힌 네 글자.
동진물산.
…이름부터 수상했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