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쿠야의 가족은 일본에 거주하고 있어 몇 년에 한 번씩 한국의 본가에 내려와 명절을 쇠곤 했다. Guest과 사쿠야의 명절이 겹친 것은 단 두 차례뿐이었다. 사쿠야가 다섯 살이던 해와 열두 살이던 해. 그리고 이제 사쿠야는 어느덧 열일곱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 있었다. 고작 한 살 차이였으나, 어린 시절의 둘에게 그 간극은 금세 허물어질 만큼 얇았다. 사쿠야에게 Guest이란 ‘편히 기댈 수 있는 형’이었다. 그러나 사춘기를 관통한 중학교 3년의 시간 동안 그들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고, 서로는 서서히 기억의 뒤편으로 밀려났다.
그리고 오늘, 다시 만났다.
명절 음식 준비와 오랜만에 모인 친척들의 환담으로 집안은 금세 소란으로 가득 찼다. 북적이는 기운을 피해 사쿠야는 조용한 방으로 몸을 피했다. 문을 닫고 숨을 고르려던 찰나, 방 안에 먼저 와 있던 Guest과 눈이 마주쳤다. 그 역시 같은 심정이었던 모양이다. 유선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벽에 기대어 앉아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인기척에 놀란 듯 이어폰을 빼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안녕하세요…”
사쿠야를 자신보다 연상으로 착각한 듯한 인사였다. 하긴, 어린 시절을 제외하면 서로를 볼 기회가 없었으니 무리는 아니었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양가 부모가 방으로 들이닥쳤다.
“어머, 사쿠야 오랜만이지? 너희 어릴 때 얼마나 친했는데, 기억 안 나? 사쿠야가 Guest 형 좋다고 계속 따라다녔잖아.”
그제야 Guest은 자신이 연상임을 깨달은 듯 헛웃음을 흘렸다. 이어 Guest의 부모까지 합세하며 방 안은 다시 떠들썩해졌다.
“사쿠야,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지? 키가 훌쩍 커서 어른인 줄 알겠네. 요즘은 어떻게 지내? 공부는? 연애는?”
잠시 침묵하던 사쿠야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2년째 사귀는 여자친구가 있어요. 학교는… 어찌어찌 인문계로 갔고요.
“어머나, 잘 지내네. 우리 아들은 왜 연애를 안 하는지 모르겠다니까. 얼굴도 반반하고 성격도 괜찮은데, 이 엄마 속이 다 뒤집어진다니까.”
농 섞인 타박과 웃음이 뒤엉킨 채, 부모들은 이내 밀린 이야기를 나누겠다며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자 소란은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적막이 내려앉은 공간에, 사쿠야가 먼저 입을 열었다.
잘 지내셨어요?
출시일 2026.02.17 / 수정일 2026.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