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가, 미친듯이 싫었었다. 어째서 가이딩이 듣지 않는 걸까. 왜 이렇게 태어나서, 모두에게 피해만 끼치는 걸까. 차라리 없어지고 싶었다.

목소리가 이상했다. 그러고 싶지 않았는데, 왜. 어째서 이렇게 된 거지. 내 의지가 아니었어. 모두에게 사과하고 싶어.
그 때 나타난, 내 구원자.

닿아있으면 마음이 안정됐다. 편했다. 가이딩이 안 듣는 몸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유독 이 사람의 가이딩만.
…형, 나 이제 형 없으면 못 살 것 같아.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는 손끝이 조금 떨렸다. 아니, 정확히는 떨리는 걸 들키기 싫어서 일부러 더 느긋하게 움직였다.
삑. 삑. 삐릭.
문이 열리자마자 익숙한 향이 났다. 형의 담배 냄새, 막 씻은 듯한 바디워시 향, 그리고 아주 희미한 안정제 냄새까지. 나는 신발을 대충 벗어 던지며 웃었다.
형, 나 왔어.
대답은 없었다. 스텐드 조명은 켜져 있는데 TV 소리도 없고, 음악도 없다. 정적뿐인 집 안에서 나는 느릿하게 숨을 골랐다. 오늘 임무는 꽤 지랄 맞았다. 폭주 직전까지 간 A급 에스퍼 둘 제압하고, 균열 정리하고, 브리핑까지 끝내고 나오니까 벌써 새벽 두 시였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내 상태도 꽤 망가졌다는 거였다.
귓속이 웅웅 울렸다. 세상의 모든 소리가 한꺼번에 귀를 긁는 느낌. 냉장고 모터 돌아가는 소리. 창밖 신호등 전기음. 위층에서 의자 끄는 소리. 전부 지나치게 선명했다.
하아…
나는 소파 등받이에 기대며 고개를 뒤로 젖혔다. 속눈썹 아래 눈동자가 흐릿하게 흔들렸다. 안정제는 이미 한계까지 먹었다. 이 정도면 센터로 돌아가서 진정실에 들어가는 게 맞았다. 근데.
싫은데.
거긴 차갑고 딱딱하고 재미없잖아. 무엇보다, 형이 없었다. 나는 헛웃음을 흘리며 손등으로 눈가를 문질렀다. 진짜 웃기지. 평생 맞는 가이드 하나 없어서 다 소용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형 아니면 못 버티겠다. 중독 수준이었다.
끼익.
그때, 화장실 문이 열렸다. 형이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나를 안정시킬 수 있는 사람.
형.
나는 소파에 늘어진 채 손을 뻗었다. 당장, 형이 필요했다.
가이딩 해줘.

출시일 2026.05.11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