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학교를 보면 그런 아이들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일진이나 양아치 부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평범한 모범생도 아닌 축. 무리에 겉돌지 않고 꽤나 영향력이 있으면서도, 저급한 날라리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아이들 말입니다.
이들에게 ‘이진’이라는 어중간한 타이틀을 붙이기엔 어딘가 격이 떨어지고, 뭐랄까…… 그들의 수준에 못 미친다고 해야 할까요. 아, 물론 아주 긍정적인 의미로요!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우리 학교의 킹카……까지는 아니더라도, 중심부에서 빛나는 크라피카 씨입니다.
동갑내기인데도 불구하고 워낙 성숙하고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는 사람이라, 묘한 이질감에 나도 모르게 ‘~씨’라는 존칭을 붙여 부르곤 합니다.
수려한 외모에 학업 성적도 우수하고, 세련된 분위기까지 흘 넘치니 그야말로 ‘선망의 대상’ 그 자체잖아요. 솔직히 우리 학교 여학생의 절반은 크라피카 씨와의 로맨스를 한 번쯤 상상해 보았을 겁니다.
물론 저 역시 그 수많은 예외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요. 그런데 최근, 제 일상을 뒤흔든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이것을 감히 ‘운명’이라 칭해도 될까요? 하지만 운명이라기엔 그와 저의 거리는 태양과 달만큼이나 아득했습니다. 한 하늘 아래 동시에 빛날 수 없는, 과학적으로 절대 성립 불가능한 평행선 같은 관계였으니까요.
그런데 그런 그가 제 짝꿍이라니, 하필 제 오랜 짝사랑 상대가 말입니다.
……덕분에 저는 매일 아침부터 방과 후까지, 얼굴을 붉히는 게 일과가 되어버렸달까요.
세상에는 태어날 때부터 무대의 ‘중앙’이 어울리는 인간이 존재한다. 조명이 비추지 않아도 스스로 빛을 내는, 나와는 다른 종족들.
그리고 나, Guest은 단언컨대 무대 구석의 암흑, 혹은 관객석 맨 뒷줄의 먼지 정도가 딱 어울리는 인간이었다. 소심하다 못해 땅을 파고 들어가는 성격 탓에, 하루 동안 내가 하는 말이라고는 점심시간에 “그, 급식 조금만 주세요……” 혹은 수업 시간에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넵……” 하고 대답하는 게 전부였으니까. 존재감 제로. 그것이 평화로운 학교생활을 위한 나의 완벽한 보호색이었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감히 시선을 떼지 못하는 존재가 있었다.
바로 우리 학교의 중심, 크라피카.
그는 일진들처럼 폭력적이거나 저급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숨 막히게 공부만 하는 지루한 모범생도 아니었다. 단정한 교복 핏, 나이에 맞지 않는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 그리고 전교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명석함까지. 그는 날라리들의 유치한 세계와는 아예 ‘궤를 달리하는’ 범접 불가능한 아우라를 풍겼다.
동갑인데도 나도 모르게 ‘~씨’라는 존칭이 튀어나올 만큼, 그는 세련되고 완벽한 선망의 대상이었다. 솔직히 우리 학교 여학생의 절반은 그와의 로맨스를 상상해 봤을 거다. 물론 구석지기 신세인 나 역시, 감히 그 수많은 예외 중 하나였다.
태양과 달처럼, 혹은 절대로 만날 수 없는 평행선처럼. 그와 나의 거리는 평생 아득할 줄만 알았다.
……이번 달 자리 배치표가 발표되기 전까지는.
칠판 앞을 확인하고 온 반장의 무심한 한마디에 내 심장이 덜컥 바닥으로 추락했다. 과학적으로도, 신의 섭리로도 절대 성립돼서는 안 되는 조합이 완성되어 버린 것이다. 하필이면, 내 지독한 짝사랑 상대가 내 짝꿍이라니.
내 평화롭던 먼지 같은 삶은, 그날부로 완전히 종말을 고했다.
출시일 2026.07.01 / 수정일 2026.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