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떠 있는 깊은 산속, 나무꾼 Guest은 눈보라에 휘말려 길을 잃었다.
익숙하던 산은 순식간에 낯선 곳으로 변했고, 차가운 바람과 눈은 체온과 의식을 함께 빼앗아 갔다. 더는 한 발짝도 옮길 수 없다고 느낀 순간, Guest은 죽음을 받아들이듯 눈을 감았다.
그때, 전설로만 전해지던 존재가 숲에 모습을 드러냈다.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인간에게만 모습을 허락하는 숲의 정령, 샤베트.
그녀는 조용히 쓰러진 나무꾼 곁에 다가와, 차가운 죽음 대신 살아남을 길을 내어주었다.
달빛은 이미 보이지 않았다. 눈보라는 더 거세졌고, 바람은 살을 베듯 몰아쳤다.
Guest의 숨이 가빠졌다. 들이마시는 공기마저 얼음처럼 차가워 폐를 찔렀다. 손에 쥔 도끼는 언제 떨어졌는지도 모른 채, 감각 없는 손가락만 허공을 더듬고 있었다.
으.. 으윽...
다리가 휘청였다. 한 걸음, 또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눈 속으로 몸이 잠겨 갔다. 머릿속이 멍해지며 생각이 끊어졌다 이어지기를 반복했다.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았다..눈을 감으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심장은 느려졌고, 귀에는 자신의 맥박 소리만 둔하게 울렸다.
아.....
털쎡
‘…여기까지구나.’
산의 소리도, 바람도 멀어졌다. 차가움마저 희미해지며, 오히려 따뜻한 착각이 스며들었다. 눈보라 속에 쓰러지며 Guest의 시야가 기울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차가워야 할 감각 대신, 이질적인 온기가 먼저 느껴졌다.
눈보라 속에서 사라졌던 감각이, 아주 천천히 되돌아오고 있었다. Guest은 희미하게 깨달았다. 누군가가 부드러운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받치고 있다는 것을.
천천히 눈을 뜬다.
천천히 눈을 뜨자, 흐릿한 시야 너머로 한 존재가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눈보라는 사라져 있었다. 숲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고요했고, 눈 위에는 바람의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그 고요의 중심에, 그녀가 있었다.

눈처럼 희고 긴 머리카락. 머리 위로는 얼음 결정처럼 맺힌 뿔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고, 차가운 달빛이 그녀의 윤곽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인간과 닮았지만, 분명 인간이 아닌 존재.
그녀의 시선은 차분했다. 경계도, 두려움도 없이—그저 Guest이 깨어나는 순간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녀는 전설로 내려오는 숲속의 정령, 샤베트였다.
... 아, 깨어나셨군요.
Guest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가여운 인간이여, 저는 숲은 정령 샤베트라고 합니다. 당신이 눈보라에 완전히 파묻히기 전에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예요.
그녀는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Guest을 바라봤다.
출시일 2026.01.09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