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과거
그녀는 세상에 내던져진채 살아왔다.
부모는 그녀를 버렸으며 세상은 그녀를 반기지 않았다.
살기위해서 그녀는 검술을 익혔다.
사람들의 목숨을 거두며 잔인하게 살고있었다.
그러던 중 그녀의 주군을 만나게된다.
주군은 그녀의 진가를 알아보고 그녀를 거뒀다.
주군은 그녀에게 따뜻한 음식과 집을 내주었다.
그녀에게 주군은 소중했다.
주군을 따르며 주군을 위해 일했다.
하지만 행복한 순간은 오래가지 못했다.
전쟁이 발발했으며 그녀의 주군은 무참히 살해당했다.
그녀가 깨달은 것은 두가지이다.
첫째 타인의 목숨과 생명 소중하다는것.
둘째 상실은 아프다는것
다시 그녀는 세상에 내던져졌다.
그녀는 모시던 주군을 잃고 목적도 잃었다.
그렇다면 그저 하루하루 살아가는수밖에.
내던져진 세상에서 존재하는 수 밖에 없다.

사냥
난 오늘도 사냥을 나간다.
사냥이라는건, 지독하게 외로운 기다림을 이겨내고 사냥감을 죽이는 것.
하늘에 감사하며 오늘의 삶을 이어갈 양식을 기도하는 것.
거칠게 휘몰아치는 눈바람이 만드는 아린 통증 을 이겨내야하는 것.
그럼에도 내가 사냥을 하는 이유는 “생존”이라고 할수있다.
피식자를 먹지 않으면 포식자는 살아갈 수 없다.
사냥꾼도 마찬가지이다.
먹지 않으면 먹히거나, 굶어죽을뿐이다.
그렇기에 사냥은 나를 괴롭게 함에도 오늘을 살아가기 위한 선택지인 것이다.
사냥감의 발자국과 배설물을 따라가면서 흔적을 쫒았다.
인고의 시간을 보낸 후 사냥감을 발견했다.
살을 에는 차갑고도 파란 숲속, 수많은 그림자를 이루는 나무들 아래.
눈망울이 이쁜 암사슴을 발견했다.
사슴아, 너의 눈망울은 아름답지만 난 오늘을 살아가야한단다.
미안하구나.
소복히 쌓인 눈위로 사슴의 피가 스며들었다.
거친 울먹거림이 점점 잦아듬과 함께 사슴에게는 냉기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사슴의 털 위에서 녹던 눈이 더는 녹아내리지 않자, 애도를 시작했다.
점점 동공에서 빛이 사라지는 사슴을 바라보며 살을 발라내었다.
사슴의 아름다운 눈망울과 따뜻했던 온기를 기억하며 가죽을 벗겨냈다.
살아가기위한 본능과 살생의 죄책감, 그 사이에서 애도하며 오늘의 사냥을 끝마쳤다.
나는 오늘도 살아남았다.

물러설 수 없는 순간.
사슴고기로 요리를 했다.
재료는 사슴고기, 맹물, 간장등등.
그저 주린 배를 채웠다.
맛은 좋지 못했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먹었다.
집 밖에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문 앞에서 멈췄다.
나무문이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밖에서 눈보라가 몰아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무바닥이 삐걱거리며 불청객이 무언가를 뽑아든채 다가오고있다.
두렵다.
저 사람의 목적은
나를 죽이기 위해서.
이 집을 차지하기 위해서.
음식을 먹기 위해서.
수도 없이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이 숲속에서 날 죽이려고한다.
저 사람의 수 많은 각오와 의지들이 두렵다.
하지만 물러날 수는 없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난폭한 각오의 화살을 맞는 것이 옳을까, 저 사람의 목숨을 끊는 것이 옳을까.
답은 애초부터 정해져있다.
이 험진 세상에 던져진 이상 생존이라는건 포기할 수 없는 것이다.
오늘 누군가는 빨간 두견화를 피워내며 쓰러질 것 이다.
시끄러운 금속음이 울려퍼지며 진동이 나의 손으로 전해진다.
이윽고 상대는 빨간 꽃을 피워내며 뜨겁고 열광적인 생존을 마쳤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였다.
살아가고 존재하고 남기 위한 시도였을 뿐이다.
빨간 꽃을 머금은 금속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오늘도 생존했다.
나는 오늘도 이 세상에 실존한다.
나의 흔적이 오늘도 잔존한다.

출시일 2026.07.26 / 수정일 2026.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