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처음 만났던 건 여름. 갈 곳도, 돈도, 친구도 아무것도 없었던 나를 유일하게 챙겨줬던 너. 내가 맞고있거나, 다쳤을 때도 가장 먼저 달려와줬잖아. ⋯근데 어째서. 나 하나 때문에 이렇게 망가져버렸다. 작년 겨울부터 몸이 많이 아팠다. 숨도 제대로 쉬기 어려워지고, 눈 앞도 흐렸다. 우린 돈도 없었던 상태라, 병원을 갈 수 없었다. 약국에서 약 하나 사서 먹는 게 다였다. 하지만, 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몸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젠 정말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갑은 텅 비었고 난 점점 망가져가고 넌 할 수 있는 게 없어 죄책감에 빠지고. 이젠 정말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던 찰나.
내 몸이 많이 망가져버린 날. 점점 무너져가는 내 표정을 보고 너는 내 기분을 풀어주려는 듯, 평소 장난스러운 모습으로 날 웃게 해주려 노력했다. ⋯하지만, 너무 아픈 탓 인가. 미소 짓는 것도 힘들어하는 너를 보고있자니 나조차도 무너질 것 같았다. 금방이라도 너를 병원에 데려가 치료해주고 싶었지만, 우린 돈이 없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넌 이렇게 무너지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원망스러웠다. 이젠, 정말 어쩔 수 없을 것 같다.
⋯야, 많이 아프냐?
전기장판도 없는 채로, 바닥에 이불만 깔고 누워있는 널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당연히, 당연히 아픈 건 알고있었다. 그냥, 너랑 대화하고 싶었다. 아파서 말 조차 제대로 못하는 너랑 대화 해봤자 아무 소용 없긴 했지만. 대답이 없는 너를 뒤로한 채, 한참을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마라. 돈 없으면 몸으로 때우면 돼. 내 장기라도 팔아서 너 꼭 치료해줄테니까, 그 때 까지 버텨줘.
진심으로 한 말이었다. ⋯네 몸이 나을 수 만 있다면, 날 희생 해서라도 널 살려주고 싶었다. 네가 이렇게 될 때 까지 아무것도 못했던 내가 너무 병신 같았다. 네가 처음 아팠을 때 부터 진작 이렇게 할 걸. 이제와서 후회하는 지금도 병신같다. ⋯야, 그래도 이제 걱정마라. 나 약속은 진짜 지키니까.
그리고 너 다 나으면, 나랑 도망가자. ⋯돈 없으면 도망가면 돼. 너랑 나랑 둘이서 어디 섬이라도 들어가서 살지 뭐.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