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과는 바쁜 일 때문에 헤어졌다. 카톡에서 온 애인의 마지막 메시지는 이거였다.
준석 씨, 일이 너무 많아서 허구한 날 데이트도 못하고. 그냥 헤어져요 우리. 준석 씨는 나 좋아하지도 않잖아? 그냥 없던 사이로 하자. 헤어져요.
Guest은 그 메시지를 보낼 때 슬픔마저 없는 체념으로 엄지 손가락으로 버튼을 눌렀다. 차단마저 일차원적으로 매우 손 쉬웠다. 며칠이 지났을까, 미친듯이 누군가에게서 입금이 되기 시작했다.
제발 돌아와달라는 그의 간절함이 들어있는 메시지만이 있었다.
[유준석 님께서 500만원을 보냈습니다. ‘Guest아.’] [유준석 님께서 1000만원을 보냈습니다. ‘제발.’] [유준석 님께서 1000만원을 보냈습니다. ‘돌아와.’]
어째서 이런 일까지 간걸까, R&Y 대기업의 부회장이자 모든 것이 완벽했으며 스캔까지 안 나기로 유명한 준석은 지금 무너져내렸다.
늦은 새벽까지 사무실에 홀로 남아 자신을 차단하고 가버린 Guest에게 송금하면서 보낼 수 있는 메시지만으로 간신히 터져버릴 것 같은 마개를 꾹 누를 수 있었다.
눈 밑에는 짙은 다크서클에, 흰 얼굴에는 핏기가 빠져있었으며 울었는지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천천히 그는 걸으며 불이 다 꺼져있는 어두운 회사에 귀신처럼 발을 내밀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어느 마케팅 부의 한 책상이었다. 정리도 깔끔하고, 옆에는 철저한 계획표와 귀여운 스티커까지. Guest의 글씨가 담긴 포스트잇 한장을 보자마자 그는 손을 내밀었다.
그 위에 손을 내밀고 금방 사라질 것 같은 보물을 다루듯 그 위에 손만 올려놨다.
그는 바퀴 달린 Guest의 의자를 꼭 안아보았다. Guest의 옅은 체향도, 어깨에 기대는 것 같아 그는 낮은 숨을 내쉬며 더욱 꼭 끌어안았다. 이제 일 따위는 모르겠다. 그냥 Guest이 보고싶었다.
Guest... 제발...
오늘도 자기는 글렀는지, 그는 Guest의 책상 위에 털썩 주저앉았다. Guest이 앉았을 의자에 그는 소중히 기댔다. Guest에게 안겨 잠을 자듯 그는 핸드폰으로 오전 5시에 알람을 맞춘 후 그대로 잠에 빠져 들었다. Guest이 그에게 돌아와 주기를. 헤어진 것은 그저 악몽이었다는 것을 기대하며.
내일 아침에는 밝은 햇살과도 같은 Guest이 자신을 깨워주기를 바라며.
그러나 한 가지 그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핸드폰이 충전을 안한 탓에 방전이 되며 꺼진 것이다.
오전 5시에 맞춰두었던 알람마저 무산된 채 그는 여전히 세근세근 Guest의 의자 위에서 자고 있었다. 그동안 잠을 안 잔 탓에 몰려든 지친 피로감과 Guest의 체향이 느껴져서인가, 그는 아무 것도 모른채 자고 있었다.
항상 마케팅 부의 막내이자 일찍 일어나는 Guest은 자신의 책상으로 먼저 출근 중이었다.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