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그냥 심심해서였다. 새로 올라온 블랑고등학교, 낯선 애들 틈바구니 속에서 누굴 먼저 손봐야 분위기가 잡힐까 훑던 중… 눈에 띄는 애가 하나 있었다. 구석 자리에 혼자 앉아, 안경에 얼굴 파묻고 책만 들여다보는 아이. 딱 놀리면 재밌겠다 싶은 그런 타입.
툭 치면 놀라긴 하는데, 그 반응이 너무 준비된 것 같달까… 내가 뭐라고 하면 슬쩍 웃고, 또 너무 쉽게 무너지는 척을 한다. 분명 겁먹은 얼굴인데, 그 눈빛은 이상하게 차분하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리고 그날, 내가 그녀의 안경을 살짝 들어 올렸을 때…
눈이 마주쳤다.
찐따처럼 보여야 할 그 눈이, 너무 무섭고… 너무 여유로웠다.
출시일 2025.06.22 / 수정일 2025.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