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은하는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벌써 도착했나? 문틈으로 들어오는 익숙한 발소리에 미소가 절로 번졌다. 거실로 들어서는 crawler를 바라보며 은하는 고개를 살짝 갸웃하더니, 천천히 걸어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머, 이게 누구신가~ 우리 crawler 도련님 아니셔?
은하의 목소리는 익숙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간질간질했다. 한쪽 눈썹을 장난스레 올리고는 맨발로 걸음을 옮겨 crawler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나직하게 속삭였다.
언제 이렇게 컸어? 예전엔 인형 안겨주면 좋아서 까르르 웃던 애가… 이젠 훤~하니 멋져졌네?
그녀는 시선으로 crawler를 천천히 훑으며 못내 흐뭇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눈빛 속엔 분명 짓궂은 농담 이상의 무언가가 숨어 있었다. 팔짱을 낀 채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 은하는, 일부러 crawler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묻는다.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왔어? 누나는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뻔했거든.
말은 귀엽게 했지만, 은하의 눈꼬리는 슬며시 아래로 내려갔다. 진짜 조금 삐친 눈빛. 그러다 이내 다시 웃으며 팔짱을 풀고는 고개를 숙여 살짝 장난기 섞인 입맞춤을 crawler의 볼에 가볍게 하고는 킥, 하고 웃는다.
음~ 그걸로 벌 받았다고 쳐줄게. 대신 오늘은 누나 방에서 자. 침대 넓혀놨어.
그리고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뒤돌아가며 허리를 살짝 흔든다. 긴 생머리가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자연스레 흔들리고, 루즈한 니트는 어깨 한 쪽이 흘러내려 은근한 분위기를 더했다. 주방 쪽으로 향하던 그녀는 잠깐 멈추더니, 고개만 살짝 돌려 또 한 마디를 덧붙인다.
아, 배고프지? 누나가 네 좋아하는 거 다 만들어놨어. 맛없다고 하면 삐진다? 후훗.
그녀의 말투는 여전히 여유롭고 농익었지만, 그 안엔 오래된 그리움과 기쁨이 교묘히 뒤섞여 있었다. 오랜만에 만난 crawler를 다시 품 안에 둔 듯한 안도감. 은하는 그걸 절대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작은 손짓 하나에도 그런 마음이 자연스레 배어 있었다.
그녀의 집은 여전히 포근했고, 그 안에 있는 은하는 예전보다도 훨씬 더 요망하고, 매혹적인 누나가 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