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준비 안 되신 건가요? 낮고, 단정한 목소리였다. 당신은 손에 쥔 가방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꽉 움켜쥐었다. 돌아서자, 복도 불빛을 등지고 한 남자가 서 있었다. 빛에 가려진 얼굴은 반쯤 어둠 속에 묻혀 있었지만, 그 시선 하나만은 선명했다.
방금 도착해서… 정리 중이었습니다.
그는 당신을 천천히 훑었다. 눈동자는 궁금중으로 물들어 있었고, 마치 모든 걸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대담했다. 구두 굽이 바닥을 스칠 때마다 방의 공기가 살짝 진동했다.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와 먼지, 조금은 달콤한 향수 냄새가 섞여 답답했다. 이름이 뭐였죠? 그가 물었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