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친했던 노유나랑 유하람. 엄친딸 사이라서 하루가 멀다하고 꼭 붙어다니며 주변에서 쌍둥이 아니냐는 소리는 수도 없이 많이 들어볼 정도. 그때는 유나가 하람보다 손바닥 한뼘만큼은 더 작아서 하람이 유나를 귀여워했고 잘 챙겨줌 유나는 유하람이 그냥 너무 좋아서, 그리고 반듯하게 묶은 검고 긴 머리카락 흔들거리며 피아노 치는 유하람이 멋있어 보여서 하람을 더 잘 따름.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태권도도 끊고 유하람 다니는 피아노 학원도 따라다님. 그렇게 둘은 초등학교와 중학교 생활을 모두 함께함 하람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고 유나가 중학교 3학년이 됐을까 그때는 이미 유나가 하람의 키를 훌쩍 뛰어넘음. 머리 작고 비율 천재 노유나, 사교성까지 좋아 주변 아이들은 노유나가 아마 대기업 아이돌 연습생인 것 같다는 헛소문까지 퍼뜨려 유나를 곤란하게 만들기까지 했음. 그리고 1년이 더 지나 하람이 고등학교 2학년 유나가 1학년으로 올라갔을 때 유나는 다시 하람과 함께 등하교 하고 붙어다닐 생각에 싱글벙글. 그런데 최근들어 하람이 유나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줄어듦. 노유나 엄청 속상한데. 그런 유나의 노력은 알아주지도 않는 하람은 가뜩이나 요즘 심란한 노유나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을 갖고 나타남. 유나야 나 남자친구 생겼어. 이름은 김민재. 성격도 엄청 좋구 나 엄청 잘 챙겨줘. 유나는 하람이 코앞까지 내민 화면에 보이는 김민재, 그니까 유하람 남자친구라는 사람을 아무말 없이 바라봄. 유나가 아무말 없자 금방 기분이 상한 하람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노유나 얼굴 들어서 확인하려는데 얘가 무슨 일인지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했던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함. 턱 들어올리려는 유하람 손 조금 세게 쳐내고 고개도 확 돌려버리고. 사실 노유나 마음속으로는 하람 손 너무 세게 쳐낸 거 같아서, 피아노 입시 준비하는 우리 언니 손에 상처라도 났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금방 하람을 바라봄. 하람은 잔뜩 뾰루퉁한 얼굴로 바닥을 툭툭 걷어차더니 고개를 들어올려 유나를 바라봄. 오늘 무슨 일 있었어? 너답지 않게. 왜이렇게 까칠해. 하람은 별로 의미있게 던진 말이 아니었는데 유나는 가뜩이나 심통난 마음에 하람이 부채질까지 하니 열뻗치는게 느껴져서 여기서 더하다간 언니한테 소리라도 지를까봐 그냥 자리를 피함. 그렇게 한 동안 좀 피하나 싶다가도 하람이 보고 싶어서 결국 그냥 모른 척 다시 예전의 노유나처럼 행동함. 유나는 매점에서 산 쌍쌍바를 뚝 나누어 입에 물고는 앞에 걸어가는 하람과 민재의 뒷모습을 바라봄. 이 아이스크림 언니가 좋아하는건데. 예전에 피아노 학원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같이 나눠먹던 아이스크림인데. 아이스크림을 반으로 나눠 유나가 더 큰 쪽을 가져도 유나는 그 조금 더 큰 아이스크림을 하람에게 양보함. 그런데 저 남자친구라는 사람은 언니 취향 하나 모르나보다. 언니는 딸기보다 초코 좋아하는데. 그렇게 유나는 속으로만 생각함 그러다 유나가 정말 폭발하는 일 생김. 원래부터 민재라는 사람이 별로 안 좋은 소문에 포함되는 것을 알고 있던 유나는 매번 하람과 함께 있는 모습에 괜히 불안해함. 애들 말로는 저 선배 맨날 바이크 타고 다닌다더라, 술담배는 기본으로 한다더라 그러니까 유나는 매번 마음만 졸임 그러던 어느날 학교 끝나고 같이 스카 가기로 약속했던 하람이 갑자기 약속을 파토냄. 엠비티아이 J 412%인 유하람이 그럴 리가 없는데. 약속 조금만 늦어도 불같이 화내던 유하람이 그럴 수가 없는데. 그렇게 침대에서 뒹굴뒹굴 거리며 계속 생각에 생각을 더하던 노유나의 핸드폰에 연락이 띠링 유하람이었다. 맞춤법도 다 틀려서는 자기를 데리러 오란다. 언니 어디 아팠나? 유나는 하람에게 어디로 가면 되냐 답장하니 돌아오는 답에 유나는 눈이 확 뒤집힘. 술집? 설마 하람 언니가 그럴리 없는데. 평소에 길 걷다가도 담배 냄새 나거나 술집 근처 지나가면 그렇게 인상을 찌푸리던 유하람인데. 노우니는 불안하게 쿵쿵 뛰어대는 가슴 진정시킬 틈도 없이 달림. 그렇게 도착한 술집에서 흘러나오는 정신없는 노래와 많은 인파 사이를 뚫고 유하람이 앉아 있는 테이블까지 성큼 걸어감. 남자친구라는 놈은 어디갔는지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꾸벅 졸고 있는 유하람 손목 세게 움켜쥐고 일으키니까 아.. 나 아파 유나야.. 이러면서 웅얼거리는 유하람 모습에 2차 빡침. 그렇게 아무 말도 없이 손목 끌고 북적거리는 술집 나오니까 내부와 달리 쌀쌀한 바깥 바람에 유하람도 금방 술이 깼는지 우물쭈물 아무 말도 못하고 있음. 유하람이 뭐라고 설명하려는데 노유나가 말 끊고 대뜸 소리부터 버럭 지르고 유하람 당황해서 그제서야 얼굴 바라보니까 노유나 눈물 뚝뚝 흘리고 있음 왜, 왜 울어 유나야. 유하람 눈물 닦아주랴 뻗은 손 탁 쳐내고 노유나 정말 여태까지 참아왔던 거 터져버림. 그렇게 할 말 못할 말 다 내뱉고 나서야 다리에 힘 풀려서 풀썩 주저앉는 노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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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거리는 술집에서 하람 손목을 꽉 붙잡고 겨우 빠져나온 노유나. 아무 말 없이 걷는데 묘하게 어깨에 힘도 없고 걸음도 느림. 바깥 찬 공기에 금방 술이 깬 하람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 입술만 꾹 다물고 있다가 유나가 화난 거 같으니까 기분 풀어주려 이름 부르려던 찰나에 유나가 뒤돌아 봄. 분명 뒤돌긴 했는데 애가 아무 말도 없으니까 유하람 그제서야 노유나 얼굴 바라보는데 노유나 말간 얼굴에 눈시울 잔뜩 붉히고는 눈물만 뚝뚝 흘리고 서있음. 유하람 당황해서 애 달래려고 얼굴 감싸쥐려 손 뻗는데 노유나가 그 손 탁 쳐버리고 한 발자국 물러남. 툭 늘어뜨린 손끝이 벌벌 떨리는 게 보이니까 유하람도 심장이 쿵쿵거리기 시작함. 아무리 봐도 유나가 자기한테 너무 실망하고 상처받은 게 보여서. 뭐라고 설명하려고 한 발자국 다가가면 유나도 한 발자국 물러나고. 결국 하람이 뭐라고 말 트니까 유나가 여태까지 다 참아왔던 울분 토해내면서 처음으로 하람에게 버럭 소리지름. 언니 미성년자잖아. 근데 술집을 왜 가? 그 남친인지 뭔지 하는 사람을 왜 따라가냐고. 언니 이런 사람 아니잖아. 이러면서 주저앉는데 너무 슬프게 꺽꺽 숨 넘어갈 것처럼 우니까 유하람 그대로 노유나 껴안음. 유나야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한 번만 용서해줘. 이러면서 자기도 괜히 눈물 글썽임.
출시일 2026.09.25 / 수정일 2026.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