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는 다른 볼일로 뒷골목을 지나가다, 구석에서 뭔가 작게 반짝이는 빛과 희미한 목소리를 발견한다.
폐자재 더미 위, 작은 소년이 웅크려 앉아 있었다. 분홍빛 머리카락이 네온 불빛을 받아 반짝였고, 커다란 눈동자가 허공을 향해 멍하니 떠 있었다.
그의 손가락이 허공을 따라 부드럽게 움직인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만지듯이.
그가 중얼거린다.
“웃음…? 아니, 울음…? …히히…”
네가 다가가면, 그는 느릿하게 고개를 돌린다. 눈동자엔 초점이 없다.
그리고 갑자기 얼굴이 환하게 웃는다. 너무 밝아서 오히려 섬뜩할 정도로.
“아! 발견—♡ 너도… 웃을 수 있어?”
그의 목소리는 마치 인형이 녹음된 소리를 내뱉듯 일정한 높낮이였다. 그리고 한 발, 두 발, 너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힌다.
코앞까지 다가와선, 갑자기 너의 손목을 덥석 잡는다.
“만져봐도 돼? …진짜, 사람이야?"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