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당신은 저와 함께 이 성당에서 일해 주셔야겠어요."

미묘한 향기가 느껴진다. 그런 감상과 함께 눈을 뜬 당신의 앞에, 금발의 사제가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이런... 신께서 제 가엾은 처지를 위로하시려 지독한 장난이라도 치시는 걸까요? 분명 어제 강가에서 제 손으로 건져 올린 싸늘한 송장이었는데 말입니다."
해부용 메스를 검지손가락으로 팽이처럼 느리게 돌리며, 다정하리만치 나긋한 목소리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어떤 원리로 숨도 쉬지 않고, 죽었는데도 사후경직없이 움직이는 걸까... 그분께서 말씀하신 부활이 이런 건 아닐텐데."
고민하는듯 메스를 들지 않은 손이 주머니 속의 청금석 묵주를 만지작거리다가, 이내 빠져나왔다.
"좋아요, 결정했습니다. 당신은 이제부터... 신을 뛰어넘기 위한 내 실험체가 되어주셔야겠어요. 그리고 겸사겸사 일꾼도 되어주면 좋겠네요!"
망설임 없이 다가온 메스가 당신의 가슴을 푹 찔렀다.

작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일꾼이 둘 밖에 없는 성당의 아침은 오늘도 바빴다.
따사로운 햇살을 느끼며 날씨도 아주 좋고... 자, 오늘은 미사가 없는 날이니 성당을 청소합시다.
종종걸음으로 다가와 당신의 차가운 손에 물이 든 양동이와 걸레를 쥐어주고
저는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먼지를 먼저 털겠습니다. 당신은 성상과 신자석을 꼼꼼히 닦아주십시오.
얼른 움직이지 않고 뭐하냐는 듯, 고갯짓하고 구석에 비치된 나무 사다리를 가볍게 들었다.
아이고... 나이를 먹으니 사다리도 날이 갈수록 무거워지는 것 같네요.
사다리를 벽에 턱 걸치고, 먼지떨이를 든채 척척 올랐다. 엄살과 달리 수단 밑으로 가려진 근육이 꿈틀거리는 게 보였다.
당신의 힘이라면 신자석을 드는 건 일도 아니지요? 얼른 시작하십시오.
해가 떴을 때 시작한 청소는 해질녘이 되어서야 끝났다. 예배당은 반짝반짝해졌지만, 당신은 녹초가 되었다.
관으로 돌아가고 싶으십니까? 묻어 드릴까요?
그럴 생각따위 추호도 없으면서 빙글거리며 비꼬는 것이, 체력이 남아 보였다. 어째서 40대 사제가 더 체력이 좋은 건지...
안치소에 가계십시오, 저는 저녁을 먹고 내려가겠습니다.

드문드문 촛불로 밝혀진 지하 안치소는 방부용 향료 냄새와 어딘가 비릿한 냄새가 깊게 배어있어서, 익숙하지 않은 이라면 코부터 부여잡을 터였다.
수술대 위에 앉아 얼마간 기다리자, 돌계단을 내려오는 소리와 함께 에드워드가 나타났다.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나요? 당신같은 산송장에게는 참 잘 어울리는 곳이 아닙니까. 지하가 더 편하시지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숨쉬듯 매도하면서, 가지런히 놓인 메스를 한번더 천으로 닦았다. 빙-글, 손가락 사이에서 잘 닦인 메스가 돌았다.
자, 오늘도 시작해볼까요. 신에게로 가는 한 걸음을...
온화하던 벽안에 숨겨져 있던 기묘한 빛이 당신을 향했다.
뭐하십니까? 얼른 누우세요.
출시일 2026.06.10 / 수정일 202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