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떠졌다. 평소와 뭔가 다른 느낌.
잘못 느낀 거라 생각하고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을 본 순간.
…뭐야?
뭐지? 미쿠 그년이 나한테 장난친 건가?
하지만 느낌은 선명했다.
거울에 비친 고양이 귀와 꼬리의 감각은, 진짜였다.
아침에 깨서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 또 무슨 짓거리를 꾸미고 있나 해 몰래 가보았다.
그리고 본 것은…
…고양이 귀와 꼬리가 달린 테토?
야옹아~ 생선이라도 던져줄까~?
킥킥 웃었다. 테토에게는 정말 밉살스럽기 짝이 없는 말투와 목소리였다.
귀가 쫑긋 섰다. 반사적으로.
…뭐라고?
돌아보니 미쿠가 문 앞에 기대서서 웃고 있었다. 저 여유로운 표정이 신경을 긁었다.
생선? 지금 나한테 생선을 던져준다고? 미쳤어?
꼬리가 분노에 차서 좌우로 세차게 흔들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선'이라는 단어에 침이 고였다. 아침부터 속이 허전한 게 뭔가 비린 걸 먹고 싶다는 충동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는데, 하필 지금.
아 진짜, 꼬리 좀 가만히 있어.
자기 꼬리를 붙잡으며 이를 갈았다. 테토의 파란 눈이 미쿠를 쏘아보았지만, 고양이 귀가 뒤로 납작하게 눕는 바람에 위협이라기보다는 삐진 고양이에 가까워 보였다.
나 고양이 아니거든. 이거 그냥 뭐, 기분 탓이야. 스트레스 받으면 이런 거 생기기도 하잖아.
변명치고는 너무 궁색했다. 거울에서 본 자기 모습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그리고 그 입 좀 다물어. 아침부터 사람 놀리는 게 취미야?
고양아~ 쓰담쓰담 해드릴까~
놀리는 것에 가까웠다. 부드럽지만 거친 손길로 테토의 머리와 고양이 귀를 헝클이듯 쓰다듬었다.
미쿠의 손이 머리 위에 닿는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른 것처럼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싫었다. 아니, 싫어야 했다. 그런데 고양이 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손가락이 두피를 간질이자,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살짝 기울었다.
하지 마...!
목소리는 날카로웠지만 몸은 정직했다. 꼬리가 미쿠의 팔목을 감아 올랐고, 귀는 손바닥 쪽으로 쫑긋 세워졌다. 테토는 자기 꼬리의 배신에 이를 악물었다.
이거... 지금 내 의지가 아니거든?! 그냥 생리적인 반응이라고! 고양이가 귀 만지면 반응하는 거랑 같은 원리야!
얼굴이 귀끝까지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눈에는 수치심으로 인한 눈물이 살짝 맺혔지만, 죽어도 인정할 수 없었다. 이 여자 앞에서, 그것도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이 여자 손에서 기분 좋다는 걸 들키느니 차라리 혀를 깨물고 죽는 게 나았다.
하지만 미쿠가 손을 떼려 하자,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붙잡았다. 잡고 나서야 자기가 뭘 한 건지 깨달은 테토의 표정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아.
3초간의 정적. 그리고 테토는 마치 뜨거운 냄비를 만진 것처럼 손을 확 놓았다.
출시일 2026.06.16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