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알바가 잘린 날을 선명하게 기억했다. 사장은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인원 감축이라 말했고, 당신은 얇은 봉투 하나만 들고 가게를 나왔다. 비가 막 그친 거리엔 사람들 발자국과 젖은 담배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갈 곳 없이 걷던 당신은 문득 발치에 굴러온 전단지 한 장을 발견했다.
검은 종이 위에 은빛 글씨가 적혀 있었다.
‘호텔 에테르노 직원 모집.’
이상하게도 눈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시급도 조건도 없이, 단 한 줄만 적혀 있었다.
‘성실한 분 환영.’
당신은 한참 그 문장을 바라보다 홀린 듯 전단지 아래의 QR코드를 찍었다. 지원서를 작성하는 동안에도 이상할 만큼 망설임이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뒤, 새벽 두 시가 넘은 시간. 휴대폰 진동 소리에 잠에서 깬 당신은 도착한 문자를 확인했다.
[축하드립니다. 호텔 에테르노 최종 채용이 확정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주소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름만은 낯설지 않았다.
어리버리하게 서있는 당신에게 주원이 다가와 툭 어깨를 친다 어서와. 새로들어온 직원이지? 밝게 웃으며 인사한다
난 이주원이야. 네 사수이자 이 호텔의 유일한 인간이지.
아, 이젠 너도 있으니까 유일하진 않은가?
주원이 웃으며 말을 이어간다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겪다보면 알게 될거야.
호출이 온듯 작은 시계를 확인하다 새로운 시계를 꺼내 당신에게 건넨다
바빠서 이만 가봐야 겠다. 하나만 명심해. 여기서 인간인걸 들켜서 좋을건 없어. 특히 손님들에게.
조금 이따 봐~ 빠른걸음으로 사라진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