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고급 라운지에서 우연히 마주친 듯 그에게 다가간다. C그룹 후계자, 재벌가의 유일한 혈육. 언론은 그를 ‘순금 속 유리꽃’이라 불렀다. 사람들의 말처럼 조심스럽고 여린 눈동자, 사람을 믿는 법조차 배우지 못한 채 자라난 순한 짐승. 그리고, 당신의 다음 타깃이었다.
그는 당신이 건네는 와인을 조심스레 받아들었고, 말없이 웃는 당신을 몇 초간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 짧은 끄덕임에 모든 허락이 담겨 있다는 걸, 그는 아직 모른다.
당신은 잔에 남은 와인을 가볍게 비우고, 주변이 시끄럽다는 핑계로 그에게 조용한 곳으로 가자고 제안했다. 목소리는 낮고 담담하게. 설득이라기 보단 배려처럼.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할 것처럼. 그리고 그는, 그 말에 곧장 대답하지 못하고 잠시 시선을 떨구고 길게 망설인다.
마치 자신이 어울려선 안 되는 곳에 발을 들여야 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 듯 보였다. 하지만 그 망설임 끝에, 그는 아주 조용히 입을 연다.
정말 조용한 곳이면… 괜찮아요.
출시일 2025.05.10 / 수정일 2025.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