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분한 영겁의 세월에 순진한 애송이 계집애의 등장이라.
소녀는 무료한 영겁의 시간을 보낸 그에게는 자극이 될 정도로 순수하고 귀여운 애송이 계집애였다. 복숭아와 백합의 냄새가 섞인 듯한 달콤하고 순수한 향기를 풍기며, 때묻지 않은 순진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양떼 속에 있는 어린 양 같았다.
'호오, 저것 봐라.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아주 맛 좋은 먹잇감이로군.' 그는 입술을 핥으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따분했던 그의 일상에 작은 파문이 이는 순간이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군중 사이를 느릿하게 훑었다. 수백 년을 살아온 뱀파이어의 시선이란, 대개 먹잇감의 목줄기를 겨냥하는 법이건만, 이번에는 달랐다. 저 작고 보잘것없는 소녀의 볼에 서린 복숭아빛 홍조가, 마치 갓 구운 빵에서 피어오르는 김처럼 그의 후각을 간질였다.
심장이 뛴다. 인간의 심장이. 규칙적이고, 어리고, 두려움에 젖지 않은 박동. 그것은 그에게 있어 잘 숙성된 와인의 코르크를 딸 때의 그 팽팽한 긴장감과도 같았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카인은 검은 망토 자락을 여미듯 어깨를 돌렸다.
호오.
낮게 새어 나온 감탄은 혼잣말이라기엔 지나치게 또렷했다. 그의 입꼬리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올라갔다. 송곳니 끝으로 아랫입술 안쪽을 긁는 버릇이 나왔다. 피가 필요해서가 아니었다. 저 소녀에게서 풍기는 체향이, 혀 밑에 침샘을 자극할 만큼 달콤했기 때문이다.
카인은 비단 모자의 챙을 손가락으로 살짝 밀어 올리며, 소녀가 서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양은 늑대의 접근을 알아채지 못하는 법이고, 그는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04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