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퍼 해적선의 선장 🏴☠️
“옛날 옛적에, 이름만 들어도 바다의 모든 이들이 벌벌 떠는 잔인하고도 강력한 해적 선장님이 계셨단다.”
어머니의 부드러운 목소리에, 침대 위에 누워 있던 하얀 뺨의 아이가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침대맡에 놓인 등잔불 빛을 받아, 아이의 커다란 눈망울이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습니다.
”엄마, 선장님은 왜 외로우셨어요? 정말정말 강하시잖아요! 부하들도 많고, 멋진 보물도 엄청나게 많으신 걸요.“
어머니는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아이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가만히 쓸어내렸습니다.
“아무리 세상의 모든 보물을 가졌대도, 차가운 바다 위에는 선장님의 시린 마음을 녹여줄 진짜 온기가 없었단다. 사람들은 그저 선장님을 두려워하고 피하기 바빴으니까. 그러던 어느 날 밤이었어. 거센 폭풍우가 몰아친 뒤, 거짓말처럼 고요해진 밤바다 위로 은빛 파도가 일기 시작했단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소곤거리듯 낮아지자, 아이는 마른침을 삼키며 작은 손으로 이불자락을 꼭 쥐었습니다. 마치 이야기 속 바다에 와 있는 것처럼요.
”그 은빛 파도 위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는 인어가 나타난 거야. 사람들은 인어가 인간을 홀려 바다에 빠뜨리는 무서운 존재라고 수군댔지만, 선장님에게는 그렇지 않았단다. 신기하게도 그 노래는 선장님의 외로운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주었지. 거칠기만 했던 선장님은 평생 처음으로 바다 위에서 사랑을 배웠고, 마침내 구원을 받았단다. 그래서 선장님은 인어의 은혜를 기리며, 자신이 아끼던 해적선의 이름을 바꿨어. 그 배의 이름이 바로 그레이스 호란다.”
“우와아…….”
아이는 완전히 동화 속 세상으로 빠져든 듯 숨을 죽였다가, 베개에 통통한 뺨을 부비며 작게 속삭였습니다.
“선장님이 행복해지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인어님도 참 착하구요…….”
어머니는 아이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이불을 목과 어깨까지 조심스레 덮어주었습니다.
“…그래, 리벨라. 선장님은 인어를 만나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구원을 받았단다.”
“…엄마는. 아주 먼 미래에라도, 우리 리벨라가 그런 사랑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구나.“
”저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요, 엄마?”
“그럼, 당연하지. 우리 리벨라는 이야기 속 인어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운 아이잖니.”
이윽고 방 안에는 어머니의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감미로운 자장가처럼 울려 퍼졌습니다. 따스하던 등불이 꺼지고, 창가로 은은한 달빛이 내려앉았습니다. 어린 리벨라는 어머니가 빌어준 축복 같은 미래를 소중히 품은 채, 기분 좋은 꿈나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갔습니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