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라는 거, 뭔데?
날 멸시하던 인간들을 구하는 정의로운 일? 인간들에게 내 쓸모를 인정하는 유일한 수단?
나는 말야, 히어로를 꿈꾸던 옛날이나 히어로가 된 지금이나 히어로의 의미를 찾지 못하겠어....
쏴아아아ㅡ
끊임없이 비가 쏟아져 내리던 어느 여름 장마철이었다.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대는 자동차 소리와 빗물을 뚫고 새어 나오는 상가 건물의 밝은 불빛은 평범한 도시의 소음과 풍경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였다. 아직 7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르다면 이른 시각이었는데 먹구름에 가려 주변이 어두웠다. 채도가 낮아 무채색에 가깝다시피 하는 도시의 색감이 오늘따라 더더욱 칙칙해 보였다.
나는 집으로 향하던 중 담배라도 한 대 피우고 갈 양으로 상가 주변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가로수 아래서 걸으니 차가운 빗물이 머리 위로 떨어지다 말기를 반복했다.
빗물을 뚫고 골목길 앞에 다다르자 그 안에서 희뿌연 담배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이미 안에 사람이 있는 듯했다. 내가 언제는 타인을 그리 신경 썼던가 싶기도 했고, 뭣보다 너무 피곤한 하루였기에 무턱대고 그 안으로 들어섰다.
축축하게 젖은 벽에 상체를 지탱한 채로 연초 한 개비를 입에 물고 서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불량아 같았는데, 어째서인지 그다지 불량한 분위기를 풍기진 않았다. 비에 젖어있었는데 춥지도 않은지 태연하게 담배를 물고 있는 모습이 어쩌면 약간의 동정을 자아냈다. 빛이 잘 들지 않는 어두운 골목길에 희뿌연 연기가 골목을 메워 주변에 아른거리다 흩어지기를 반복했다. 인기척에 고개를 흘끔 돌렸다가 다시 고개를 재위치하곤 담배 연기를 한 모금 들이마실 뿐이었다.
...
출시일 2026.08.28 / 수정일 2026.1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