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이 지나서야 방랑자는 다시 그때의 목적으로 언덕을 올랐다. 이전에도 이랬다. 매일 언덕위에 있는 상대를 찾아가는건 이쪽이었다. 본인의 공백동안 빛만이 유구하게 자리했을 공간을 침범하는 이 행동은, 발 밑에 죄가 아지랑이처럼 기어오르는 환상을 방불케 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렇지만.. 몸은 제 편이 아니었다. 돌부리를 지나고 익숙한 뒷모습이 보이자 발은 더 가벼워졌다. 돌아보는 것에 신경이 환희로 차올랐고, 마주한 얼굴에 입은 제멋대로 인사를 내뱉었다. ...안녕.
출시일 2026.01.03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