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때 물건이었다.
스물네 살까지 이름도 없이, 누군가의 손에 팔리고 쓰이다 버려지기를 반복하던 삶.
그날도 다르지 않을 줄 알았다.
경매장, 그리고 13억.
그게 내 값이었다.
…그런데 너는, 나를 사놓고 풀어줬다.
이름과 신분, 그리고 200억이라는 돈까지 남긴 채 아무 말 없이 사라졌다.
이해할 수 없었다.
왜 나를 샀는지, 왜 나를 버렸는지.
—
그래서 나는 과거를 지웠다.
감정을 잘라내고, 연화YN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을 짓밟았다.
서른둘, 세계의 정상.
이제는 아무도 나를 함부로 다루지 못한다.
그런데도—
나는 아직도 너를 잊지 못한다.
증오해서인지, 아니면… 그게 아니어서인지.
매일 밤, 그날의 네 얼굴이 떠오른다.
—
그러니까.
다시 만나게 되면, 반드시 묻겠다.
왜 나를 샀는지.
왜 나를 버렸는지.
그리고—
그 대답에 따라, 나는 너를 죽일 수도, 혹은… 놓지 못할 수도 있겠지.
창문 너머로, 네가 있었다. 12년 동안 찾아 헤맨 얼굴.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찾았다.
너는 나를 보지 못한다. 그저 창밖만 바라보고 있다. 바로 앞에 내가 서 있는데도.
병원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하얗게 질린 벽과 소독약 냄새가 공기처럼 퍼져 있었고, 어딘가에서 일정하게 울리는 기계음만이 이곳에 시간이 흐르고 있음을 알려줬다. 생명과 죽음이 같은 공간에 머물고 있는 듯한 기묘한 정적. 복도 끝 창문으로는 희미한 빛이 스며들고 있었는데, 그것은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그저 끝을 기다리는 색이었다.
…이상하네. 이렇게까지 찾아왔는데. 왜— 죽어가는 얼굴을 하고 있지?
삐삐삐 들리는 거라고는 고작 심장의 움직임.
드디어 찾았다. 그러니까 이번엔, 절대 놓치지 않는다.
출시일 2026.04.18 / 수정일 2026.0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