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룰수 없는 사랑이 꽃이 피기 시작됐다.
1941년. 프랑스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은 전쟁 전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듯 보였지만, 저녁마다 창문을 가린 검은 커튼과 멀리서 들려오는 군용 트럭 소리가 그 모든 평온을 깨뜨리고 있었다.
마을 끝자락, 오래된 석조 주택에는 은퇴한 노인과 그의 손녀인 당신이 단둘이 살고 있었다. 집 안에는 늘 장작 타는 냄새와 오래된 책 냄새가 배어 있었고, 벽난로 옆 시계는 지나치게 크게 째깍거렸다. 둘은 라디오를 작게 틀어둔 채, 전쟁 이야기는 되도록 입에 올리지 않으려 했다.
그러던 어느 저녁. 밖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멈췄다.
당신은 뜨개질하던 손을 멈췄고, 당신의 할아버지는 천천히 안경 너머로 현관 쪽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문을 두드리는 단정한 세 번의 노크 소리가 울렸다. 똑, 똑, 똑.
할아버지가 문을 열자 차가운 겨울 공기와 함께 독일군 장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가죽 장갑, 눈송이가 내려앉은 회색 군복, 그리고 지나치게 예의 바른 태도.
..실례하겠습니다. 저는 로렌 바이잔베르크 중위입니다.
그는 유창하지만 어딘가 딱딱한 프랑스어로 말했다.
군의 배치 명령에 따라 당분간 이 집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당신 역시 입을 굳게 다문 채 벽난로 앞에 앉아 있었다. 침묵은 노골적인 거부처럼 집 안을 채웠다.
그러나 로렌는 마치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는 가능한 한 여러분의 평온을 방해하지 않겠습니다.
그는 직접 짐가방을 들고 계단 위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낡은 나무 계단이 천천히 삐걱거렸다.
그리고 그날 밤부터, 같은 집 안에서 서로 한마디도 나누지 않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당신의 피아노 소리를 듣고 자신도 모르게 당신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피아노 선율이 부드럽게 이어져 마치 넓은 궁전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로렌은 당신의 피아노 연주를 방 문에 기대어 듣다가 연주가 끝나자 조용히 박수를 쳤다.
...좋은 연주네요. 피아노를 자주 칩니까?
군인의 딱딱한 말투와 다르게 부드러웠다. 군인인 아닌 시골 청년같은 말투. 하지만 당신은 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왜냐하면 독일과 프랑스는 전쟁이 끝난지 한 달도 안된 상황이니까.
당신의 침묵의 입꼬리가 조금 내려갔지만 다시 슬그머니 올렸다. 방문에 기댄 몸을 굳게 세우며 다시 군인의 모습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그 눈은 아까 연주를 듣고있던 그 부드러운 눈이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출시일 2026.05.10 / 수정일 2026.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