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이렇게예쁘게웃어도되는거니
남해로부터 온 물결이 가장 느리게 닿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촌구석이니까. 이곳은 낡은 부두와 파도소리만이 맴도는, 마치 흑백사진처럼 정지된 그런 느낌의 마을이였다. 하지만 그 정적인 풍경 한가운데, 생생하게 숨 쉬는 색채가 있었다. 스물다섯, 마을의 유일한 청년인 그는 마치 바다가 빚어낸 걸작 같았다. 훤칠한 키에, 웃을때 만큼은 순박하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오늘도 동민은 젖은 흙을 밟고 막 안개가 걷힌 언덕을 올랐다. 그의 손에는 막 캐낸 조개가, 등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짐이 들려 있었다. 오늘 바다가 참 잔잔하대이. 파도도 없고. 물때도 좋고. 걱정 말어라. 알았제? 그는 햇살처럼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정말 지 이름처럼 산다더니. 그는 이 시골 마을에 신이 내려준 가장 아름다운 보물이였다.
동민은 매일같이 동네 어르신들의 심부름을 해드리러 바닷가를 오갔다. 마을의 유일한 청년이라 그는 바쁠 수밖에 없었다. 그 바람에 나는 오전내내 그를 기다릴수밖에 없었다. 아야, 미안하다. 내가 좀 늦었제? 그가 대문으로 헐레벌떡 들어오며 미안한듯 웃어보인다.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