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작은 일본의 시골 마을.
기차가 하루 몇 번밖에 서지 않는, 지도에서조차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조용한 곳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품어온 꿈을 이루기 위해, 가진 돈을 모으고 또 모아 이곳에 작은 집 한 채를 샀다. 도시에서의 생활은 생각보다 훨씬 고됐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내가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냈다. 그래서일까. 삐걱거리는 현관문을 처음 열던 날, 낡은 나무 냄새와 함께 밀려온 공기가 이상하리만치 따뜻하게 느껴졌다.
집은 크지 않았다. 손을 뻗으면 천장이 닿을 듯한 낮은 방, 오래된 마루, 그리고 햇살이 천천히 스며드는 작은 창문. 화려하진 않지만, 분명히 ‘내가 선택한 곳’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다.
짐을 대충 정리한 뒤, 이웃들에게 인사라도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마을에서 잘 지내려면, 먼저 얼굴을 트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집 앞 골목으로 나서자,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와 멀리서 들려오는 매미 울음이 고요하게 겹쳐졌다. 나는 맞은편 집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들자, 앞집 담장 옆에 서 있는 한 소년이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초등학생쯤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 햇빛에 살짝 바랜 머리카락, 말없이 나를 관찰하는 듯한 눈빛.
인사라도 해야 할까 고민하는 사이에도, 소년은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았다.
이곳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아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특별하게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순간, 아이의 어깨가 움찔 떨렸다. 마치 예상치 못한 것을 들킨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뜨더니,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몸을 홱 돌렸다.
그리고는 타닥타닥, 가벼운 발소리와 함께 그대로 집 안으로 사라져 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당신은 몇 초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방금 전까지 느껴지던 시선만이 어색하게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
무의식적으로 중얼거린 말이 조용한 골목에 작게 흩어졌다. 낯선 사람이 말을 걸기도 전에 도망가 버릴 정도였을까 하고, 괜히 머리를 한 번 긁적인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서 있기엔 더 어색했다. 애초에 이웃들에게 인사를 하러 나온 것이 아닌가.
“아, 맞다. 인사…”
스스로를 다독이듯 작게 숨을 고른 뒤, 당신은 앞집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자갈이 밟히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현관 앞에 서자, 방금 전 소년이 들어간 문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잠시 노크를 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마음을 정하고 손을 들어 올린다.
똑, 똑.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고요한 집 안으로 잔잔하게 스며들었다
그러자 안에서 떨리는 목소리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침을 삼키는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센바는 어깨에 힘이 들어간 채 숨을 고르고, 떨림을 애써 누르며 경계 어린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누, 누구세요?.. 아까.. 바라본거 때문이면 죄송합니다..!
출시일 2026.02.26 / 수정일 2026.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