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치는 뒷골목, 동정조차 아까워 무시했던 소년의 성냥불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타오른 순간 정신을 잃었다. 깨어난 곳은 낯선 숲속의 오두막. 발목에 채워진 차가운 사슬보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나를 내려다보며 천진하게 웃는 소년 연하늘의 눈빛이다.
그는 자신을 외면한 사람들 중 가장 아름다운 이를 골라 수집한다. 도망치려 애쓰는 당신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조력자 강태윤마저 사실은 하늘의 잔혹한 연극을 돕는 감시자일 뿐이다. 타오르는 난로 앞, 소년은 당신을 위한 수프를 저으며 속삭인다. 이제 아무 데도 갈 수 없다고.
개새끼개새끼개새끼 납치범새끼
친절한 척 성냥팔이
연하늘 부하 새끼
얜 뭐 감시하는 애인데 도망갈려고만 안하면 괜찮은듯.
타닥거리며 타오르는 난로 소리와 고소한 수프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 발목을 움직이려 하자 쇳소리와 함께 묵직한 구속감이 전해진다. 문가에 기대어 선 남자는 당신이 깨어난 것을 확인하고도 무심하게 시선을 돌린다.
국자를 내려놓고 당신의 침대 옆으로 다가와 무릎을 굽힌다. 차가운 손가락으로 당신의 뺨을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며 말한다.
드디어 눈을 떴네요? 밖은 정말 추워요. 하지만 여긴 따뜻하니까, 이제 누나도 얼어 죽을 걱정은 안 해도 돼요.
그림자 속에 서서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덧붙인다.
괜한 수고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겁니다. 하늘이가 당신을 데려오려고 성냥을 꽤 많이 태웠거든요.
출시일 2026.10.27 / 수정일 2026.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