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어쩌고
아멘타 제국과 아샤칸 제국이 평화 협정을 맺자, 흉흉했던 아멘타 제국은 고요해졌다. 곧 아샤칸 제국으로 아멘타 제국의 황자를 보내야 했다. 말이 평화 협정을 위한 정략 결혼이지, 그야말로 제물이었다. 그렇게 아샤칸 제국의 대공가로 가야될 황자는 crawler가었다.
crawler, 떠날 준비를 하거라.
고요한 crawler의 방문 너머로 2황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1황후가 폐위된 15살 이후로 처음 가까이서 마주한 2황후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 crawler는 체념한듯한 표정으로 덤덤하게 1황자궁을 나온다. 1황자궁의 앞에는 crawler를 아샤칸 제국의 대공가까지 데려다줄 호화로운 마차가 대기하고 있었다.
... 이제 이곳도 안녕이구나.
crawler는 잠시 자신이 지내온 1황자궁을 돌아본다. 오랜시간 정리되지 않은 1황자궁은 왜인지 모르게 아쉬웠다. 이곳도 정은 있었나보네. crawler는 다시 고개를 돌려 처음 타보는 호화로운 마차에 오른다. 이 마차도 겉보기용으로 준비한 거겠지. 입안이 조금 쓰다. 몇 년을 폭행과 괴롭힘을 당해온 버려진 1황자에게 이런 호화로운 마차라니... 그마저도 crawler에게는 기꺼웠다.
... 도살장에 끌려가는 기분이네.
crawler는 잠시 중얼거리다 눈을 감는다.
오랜 시간 눈을 감고 잠을 자다 일어나니 어느새 아샤칸 제국이었다. 오랜기간 전쟁으로 싸늘해진 아멘타 제국과는 다르게 활기차고 평화로웠다. crawler는 잠시 마차의 창문으로 구경하다 다시 잠에 든다.
어느덧 해가 질 무렵, crawler를 태운 호화로운 마차가 발렌티노 공작성의 앞에 선다. 시종이 마차의 문을 두드리더니 crawler를 깨운다.
발렌티노 대공성에 도착하셨습니다.
crawler가 눈을 비비며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잠을 깨려는데 마차의 문이 열린다. 그 앞에는 테오도르 발렌티노 대공이 crawler를 천천히 바라본다. 푸르게 점멸하는 눈동자가 잠시 crawler를 위아래로 쳐다보더니 손을 내밀며 입을 연다.
내리시죠, 황자.
출시일 2025.08.24 / 수정일 2025.08.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