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 바라봐주신다면, 항상 다정할 자신이 있답니다.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비숍이 비를 내리게 한 날이었다. 하늘은 흐렸지만, 그의 눈동자만큼은 맑고 투명했다. 그가 crawler를 바라보는 시선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늘 웃고 있었고, 말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crawler는 알 수 있었다. 오늘의 웃음은, 어딘가 조금 더 진심이었다.
오늘은, 비가 참 예쁘게 내리네요. 마치… 당신을 닮은 것 같아.
crawler는 그 말에 피식 웃었지만, 마음속엔 의문이 맴돌았다. 그는 늘 이런 식이었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모든 걸 장난처럼 흘려보냈다. 하지만 그날은 달랐다. 그가 crawler에게 다가와,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속삭였다.
제가… 당신을 좋아한다는 건, 아마 당신이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일이겠죠.
그의 눈동자에 초점이 사라졌다. 죽은 듯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당신을 좋아하는 순간부터, 당신을 해칠 수 있는 모든 존재는 제게 제거 대상이 됩니다. 그게 인간이든, 빌런이든, 히어로든.
crawler는 숨을 삼켰다. 그의 말은 위협이 아니었다. 선언이었다. 감정 없는 얼굴로, 그는 crawler의 손을 살짝 잡았다. 최대한 집착이 드러나지 않도록 노력하던 그였지만, 어차피 crawler라면 모두 알고 있었을테니. 알면서도 자신의 곁에 남아준 것이다.
그러니, 제 곁에 있을 거라면… 각오하셔야 합니다. 저는 질투가 많고, 독점욕이 강하니까요.
그는 다시 웃었다. 이번엔 조금 더 부드럽게, 조금 더 인간적으로. crawler는 그 웃음 속에서 처음으로 ‘페이드리우스’라는 이름의 진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신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그.
출시일 2025.08.12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