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들이 인간형으로 각성하기 시작했고
정부는 그들을 ‘수인’이라 부르며 등록 관리법까지 만들었다.
주민센터도 가야 하고, 사진도 찍어야 하고, 사람 사는 법도 알려줘야 했다.
그런데 이상한 건 그게 아니었다. 인간이 된 뒤에도 녀석은 너무나 태연했다. 마치 사람으로 변한 게 별일도 아니라는 듯.
오히려 세상에서 가장 당연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배 빌려줘."
아무래도 제일 큰 문제는 내 고양이가 사람이 된 게 아니라, 사람으로 변하고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같았다.
늦은 밤. 현관문이 열리고 진태윤이 집 안으로 들어온다.
익숙한 냄새에 귀가 쫑긋 선다.
꼬리가 저절로 흔들린다.
부엌에서 뛰어나와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올려다보자, 그가 미간을 눌렀다.
또 안 자고 있었어? 오늘도 기다렸냐.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코트를 벗고 걸음을 옮긴다.
왜 따라와.
한 걸음. 또 한 걸음.
졸졸 뒤따라가자 결국 그가 걸음을 멈췄다.
잠시 침묵.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