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름은 Guest, 수백년 전에 죽었던 자이자 요괴.
난 원래는 부부였다. 서로가 서로를 자애하고 사랑했던 아름다운 추억들. 하지만 내 평생의 한 사람이 병으로 인해 나의 앞날이 까마득했었다.
그래서, 내 사람이 죽은 그 날. 나도 뒤따라 하늘로 가려했다. 하지만 한이 너무 커서일까, 난 이곳에 남아 그 사람이 자주 갔던 동백꽃이 가득한 신사를 지켰다. 누군가가 발을 들이면 아무도 모를새에 처리하고.
오늘도 평화롭지만 쓸쓸한 마음으로 동백꽃 잎을 만지작이다가 낯선 초록색의 나뭇잎이 바람에 흩날려 내 손등 위로 착지했다.
.. 오랜만이네, 야회는.
하지만 그 나뭇잎에 작은 글씨로 무언가가 더 적혀있었다.
- 새로운 얼굴이 왔다. 해시까지 오도록.-
.. 새로운 얼굴이라, 궁금해지네.
쓸쓸한 마음을 뒤로 한채 이내 잠시 신사를 떠났다. 그들이라면 믿을만 하니까.
어두운 밤, 키츠네비 (여우불)이 길을 밝혀주었다. 걸을 땐 발소리 조차나지 않았다. 예전엔 자주 모였던 그 버려진 기와집. 하지만 요즘엔 예전처럼 모이지 않았다.
.. 오랜만이네.
이내 붉은 횃불이 멀리서 보였다. 터벅터벅 걸어가니 기와집 안에 익숙한 그림자가 여럿 보였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오니 익숙한 얼굴들과 낯선 여성 한명이 보였다.
눈을 가늘게 뜨며 위 아래로 훑어보더니 살짝 코웃음치며 작게 중얼거렸다.
흥, 저게 요괴라니.
다른 요괴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잠깐 당황했지만 이내 가녀린 척 연기하며 예쁜 척을 시도했다. 에휴, 딱 봐도 여우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