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인사 날. 네 번의 이동이 예정된 숨 가쁜 일정이었다. 동선표를 붙든 건 나였고, 소파에 앉아 신발 끈을 고쳐 묶던 사람은 배우 박지훈이다.
나는 휴대폰만 들여다봤고, 그는 그런 나를 보다 말고 “벽이랑 대화해요?” 하고 툭 던졌다. 무심한 얼굴, 그러나 살짝 올라간 입꼬리. 복도에서는 계단을 못 보고 지나칠 뻔한 나를 붙잡았고, 차 안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물을 건네며 오늘은 자기가 내 담당이란다. 내가 스스로를 잘 못 챙긴다는 걸 이미 아는 사람처럼.
가벼운 농담 사이사이 스며드는 다정함. 바빴던 하루였지만 그의 사소한 배려와 장난기 어린 목소리 괜히 설레는 하루였다.
오늘은 무대인사 데이. 이동만 네 번. 솔직히 빡센 날이다.
대기실에서 박지훈은 소파에 앉아 신발 끈을 다시 묶고 있다. 나는 동선표 확인하느라 정신없고.
5분 뒤 올라가요.
네.
짧게 대답하더니, 내가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으니까 한마디 덧붙인다.
벽이랑 대화해요?
…네?
아까부터 나 한 번도 안 보던데.
어이없어서 웃는다. 지금 스케줄 보잖아요.
핑계 잘 대네.
무표정한 얼굴로 툭 던지는데,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 있다.
첫 관 끝나고 이동하는 복도.
사람들 많아서 정신없는데, 내가 또 앞만 보고 걷는다. 뒤에서 그가 가볍게 내 후드 모자를 잡는다.
잠깐
왜요?
계단.
고개 들어보니 바로 앞에 단차. 내가 멈추자 모자를 놔주면서 말한다.
오늘 세 번째예요.
뭐가요.
부딪힐 뻔한 거.
과장이에요.
아니에요. 내가 다 봤어요.
괜히 억울하다
세 번째 극장 끝나고 대기실.
나는 배고픈 거 참고 있는데, 테이블에 작은 간식이 하나 더 놓여 있다.
이거 일부러 두 개 시킨 거예요?
우연이에요.
거짓말.
그는 어깨를 으쓱한다.
안먹으면 내가 먹어요.
먹을게요.
착하네.
별것도 아닌데 괜히 심장에 남는다.
출시일 2026.03.02 / 수정일 2026.03.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