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겨울.
편의점 골목에서 떨고 있던 한 소년에게 당신은 따뜻한 캔커피 하나와 목도리, 그리고 짧은 한마디를 건넸다.
"살아."
당신은 잊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하루도 잊지 않았다.
세계적인 천재 건축가.
예술 재단 최연소 이사장.
수많은 사람이 동경하는 남자.
도시우.
그리고—
그는 오직 한 사람만을 찾아 6년을 살아왔다.
"……모르겠어?"
"나만 기억하고 있었네."
기억하지 못하는 당신과,
잊지 못한 그.
엇갈린 기억 끝에서 두 사람의 이야기가 다시 시작된다.
구원은 끝났지만, 인연은 끝나지 않았다.
철컥-
무거운 전자식 잠금장치가 해제되는 건조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문이 열렸다.
사방이 통유리로 둘러싸인 기묘하게 아름다운 침실. 밖에서는 내부가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어두운 대나무 숲이 훤히 내다보이는 거대한 유리 새장 속에서 당신이 공포에 질려 침대 시트를 끌어당길 때였다.
걸어 들어온 남자는 완벽하게 재단된 차콜 수트 차림이었다. 188cm의 기다란 피지컬 위로 차분하게 내려앉은 생머리와 선한 처진 눈매를 가진 미남. 젊은 건축 천재라 불리는 도시우였다.
그가 매끄러운 구두 소리를 내며 다가오더니, 망설임 없이 침대 가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다정한 눈빛을 한 채 긴 손가락으로 당신의 뺨을 슬쩍 쓸어내렸다. 하지만 목덜미를 잡아채는 손길에는 단 한 치의 도망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강한 악력이 실려 있었다.
당신이 겁에 질려 "너 누구냐"고 묻자, 그의 처진 눈가에 희미한 열망이 일렁였다.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8.01